부모를 고소한 12살 소년 자인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가버나움>(나딘 라바키)은 수상 발표 전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장장 15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 레바논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오른 작품이다.

레바논 빈민가 좁고 지저분한 집에서 여섯 식구들과 복닥거리며, 때론 살벌하게 싸우며 사는 ‘자인(자인 알 라피아)’은 이제 12살 소년이다. 이 소년이 부모를 고소하면서 영화는 시작 된다. 판사는 묻는다. “이곳이 어디인 줄 아느냐?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알고 있느냐? 왜 왔느냐?” 등. 자인은 당당하게 부모를 고소했다고 대답한다. 고소 사유는 “부모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영화는 자인이 부모를 고소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관객들로 하여금 타당한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끈다.

억세고 사나운 엄마와 무능력한 아버지. 지독하게 가난한 살림에 자식은 많고 뱃속에 또 아이가 있다. 부모는 입을 줄이기 위해 이제 막 생리가 시작 된 11살 딸을 아버지뻘 되는 슈퍼 주인에게 강제로 팔아넘기듯 시집을 보낸다. 그 상황을 목격하고 부모와 싸우며 말렸으나 역부족. 심하게 맞은 자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출 한다.

가출한 자인은 우연히 놀이 공원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라헬을 알게 된다. 라헬(요르다노스 시프로우)은 자인이 가출 했음을 알고 본인의 집으로 데려가 거둔다. 라헬에겐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들 요나스(보루와티프 프레저 반콜)가 있는데 어려운 삶 속에서도 자식을 정성껏 사랑으로 돌보는 레헬의 모습에서 자인은 자신의 부모 모습과 대립 됨을 느낀다. 라헬은 요나스를 자인에게 맡기고 놀이공원으로 출근 한다. 그런 중 불법 체류자로 소환 되어 결국 요나스는 자인의 몫이 된다. 12살 어린 아이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지만 자인은 요나스를 돌보는 일에 성심을 다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요나스를 정성껏 돌보는 자인.
자신에게 맡겨진 요나스를 정성껏 돌보는 자인.

그러던 중 자인에게 어떤 상인이 난민자격으로 외국에 보내주겠다고 신분증을 가져오라는 말에 자인은 신분증을 찾으러 집에 들어온다. 신분증 따위가 뭐 필요하냐며 없다는 부모 말에 분노로 맞서 싸운다. 그리고 슈퍼 남자에게 팔려간 동생 사하르가 임신 중 심한 하열로 병원에 갔으나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결국 죽게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말에 극도로 분노한 자인은 욕을 퍼부으며 슈퍼 주인을 죽이겠다고 뛰쳐나간다. 결국 자인은 죄를 짓고 소년원에 수감 된다. 면회 온 엄마에게서 또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인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부모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합니다.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 ‘자인’으로부터(제작노트)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합니다.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 ‘자인’으로부터(제작노트)

법정에서 자인은 외친다.
“저 뱃속의 아이도 나처럼 살 게 될 것”이라고.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 많은 '자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무엇을 시사하고 무엇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인과 자인 부모 중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를 수 있을까... 가른다면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 인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합니다.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 ‘자인’으로부터(제작노트)"

- 정온유

 

<비하인드 스토리>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자인’은 실제로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전전하던 시리아 난민으로, 베이루트 지역에서 감독에게 캐스팅 됐다고 한다. 영화 개봉 당시 자인은 14살이 되었고 처음 학교를 다니게 됐고 가족들 역시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라헬 역시 실제 인물이며 영화가 개봉 했을 때는 법적 해결이 잘 되어 아들 요나스와 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라이프성경사전에 따르면 ‘가버나움(Capernaum)’은 ‘나훔의 마을’이란 뜻으로 갈릴리 호수 북서 해안의 성읍인데 신약 당시 로마 군대가 주둔하던 제법 큰 지역이었다고 한다. 예수가 많은 기적을 행하기도 했지만 그런 기적과 교훈에도 가버나움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아 멸망의 예언을 받은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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