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성령은 성부, 성자와 함께 삼위 하나님이시다. 성부 하나님은 우리의 구속을 계획하고 설계하셨고, 성자 하나님은 우리의 구속을 위해서 성육신 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구원을 완성 하셨다. 그리고 성령 하나님은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죄와 세상을 이기도록 감동, 감화 하시고 섭리하시고 인도 하신다. 

우리는 흔히「오순절 성령강림의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면서, 지금도 오순절 성령의 역사를 기대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성령의 체험을 직접 얻기를 기도하고 있다. 오순절 성도들은 성령 충만을 기대하면서 초기 성도들이 체험했던 방언의 은사와 예언 등 기적적인 체험, 영적으로 성령의 뜨거운 체험을 간구하는 이들이 많다. 그와 반대로 눈에 보이는 체험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낙심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성령의 사역은 반드시 신비한 체험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다. 성령의 사역은 하나님의 말씀과 더불어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즉 말씀 없는 성령운동, 성령의 사역이 없는 말씀운동도 문제가 될 것이다. 흔히들 개혁교회는 성령의 사역에 대해서 무심한 듯이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세계3대 칼빈주의 학자인 월필드(B.B Warfield)박사는 칼빈을 가리켜 <성령의 신학자>라고 했다. 퓨리탄 신학자 존 오웬(John Owen)은 방대한 성령론을 썼고, 아브라함 카이퍼(A.Kuyper) 역시 <성령의 신학자>로서 900페이지의 방대한 <성령의 사역>(Werk Van Heilig Geest)이란 책을 저술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순절 주의자들처럼 오늘날도 오순절 현상이 재현되기를 기도하지만, 사도행전에 나타난 오순절 성령사역은「하나님의 구속사의 한 과정」이고, 이미 오신 성령의 사역은 우리를 감화, 감동 하시는 것은 맞지만, 사실은 성도들에게 「삶의 모든 영역에 성령의 사역이 계속 역사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개혁주의 신학이 좋기는 하나 “성령론이 약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총신에 제직 할 때 여러분의 강사들이 설교하러 와서 “총신은 성령론이 부족하고 영성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일찍이 성령론을 쓰신 이인한 목사님이 박윤선 목사님을 찾아가서 “목사님 같은 어른이 왜 성령론을 쓰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때 박윤선 목사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금 내가 평생의 사역으로 하고 있는 성경 주석 사업은 성령의 역사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박윤선 목사님은 평생 신•구약 66권을 주석하기 위해서 하나님께 무릎 꿇고 울부짖어 성령의 감동과 감화로 그 일을 완수하셨다. 사람들은 성령의 역사가 무슨 이상한 환상을 보고, 어떤 희한한 음성을 듣는 체험이 있어야만 성령의 역사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어떤 분이 그런 신령한 체험이 있다면 그것은 그분에게 주신 지극히 개인적인 특별한 체험일 것이다. 

구원 받은 성도들에게 성령의 사역은 다양한 모습,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성령의 영적 감화는 물론이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 하나님 중심의 믿음생활을 하도록 성령께서 인도하신다. 우선 칼빈(John Calvin)의 성령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칼빈은 성령을 말할 때 「그것은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과 더불어 이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성령으로부터 유익과 만족을 얻고자 할 때 반드시 성경을 부지런히 읽고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칼빈은 말하기를 「성령은 말씀과 결합된다. 왜냐하면 성령의 효력이 없이는 복음전파가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칼빈의 핵심은「구원을 얻으려면 말씀과 성령이 더불어 역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을 일으키는 것은 성령이시다」라고 했다. 

한편 카이퍼는 성령의 사역이 전 우주적이며, 전 교회적이며, 모든 구원 운동에 미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카이퍼의 <성령의 역사>란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성령의 사역은 개인의 영적 체험과 감화 정도가 아니라, 성령 하나님은 <창조>, <구속>, <보존>, <성화>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활한 분야에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이퍼는 존 오웬의 책을 높이 평가하면서 종교개혁 때부터 그때까지 80여권을 탐독하고 이 책을 집필했다. 카이퍼의 성령론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성령의 사역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선택 받은 자들을 새롭게 하는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성령의 사역은 말씀의 성육신과 메시야 사역을 포함한다. 따라서 성령의 사역은 하늘과 땅과 모든 만물과 상관되지 않을 수 없다.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관여했고, 성경의 기록, 교회의 탄생, 천지 창조에 관여했다. 장차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최후 심판까지 관여 할 것이다. 성령의 사역으로 말미암아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로 얻어지며, 성령의 사역은 성도가 구원 받은 후 성화(聖化)의 전 과정에 관여하고 천지창조에서부터 영원까지 계속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아브라함 카이퍼는 성령의 사역 교리야 말로 개혁주의 신앙의 기본원리(het gereformeed grond beginsel)라 했다. 그러므로 카이퍼의 성령의 사역은 흔히 말하는 감성적 체험정도가 아니라, 성령의 사역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전 영역에 포괄적으로 역사는 것이다. 

개혁주의 신학은 메마른 교리가 아니다. 칼빈과 카이퍼는 모두 <성령의 신학자>이다. 카이퍼는 대 칼빈주의 신학자이지만 대 정치가이기도 했다. 카이퍼는 화란의 총선을 목전에 두고 그 바쁘고 어려운 시기에, 영국 런던에서 미국의 대 부흥사 디 엘 무디(D.L. Moody)가 천막부흥회를 인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까운 참모들과 함께 기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 가서 부흥집회에 참석한 일화는 유명하다. 카이퍼는 대신학자이자 설교자이지만 결정적인 선거를 앞두고「말씀과 성령충만」을 먼저 생각했다. 특히 1898년 프린스톤 신학교에서 외쳤던 카이퍼의 유명한 「칼빈주의 강연」(Lectures on Calvinism)의 마지막 장 마지막 페이지의 결론에서, 그는「살아있는 하나님의 성령을 받지 않는다면 칼빈주의도 무력하다」고 말을 했다. 성령의 사역은 개인의 구원운동과 성화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 등 삶의 전 영역에까지 역사하신다.

한국은 교회도 많고, 목사도 많고, 성도들도 많고, 기독교 정치가도 많다는데,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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