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적 조울증 (양극성장애)

강하룡, 예함교회 담임목사, 전인성장연구소 대표

 

양극성 장애를 앓는 여 집사님을 수년간 도운 적이 있었다. 그 집사님은 한 달에도 몇 번씩 조증과 울증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증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했다. 심할 때는 한 주 사이에 조증과 울증이 바뀌기도 하였다.

조증 상태일 때 집사님과 만나서 얘기하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면, 그녀는 1시간 이상 내가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고 혼자서 말을 이어나가곤 했다. 말의 내용도 일관성 없이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 하는 식이었다. 몇일 씩 잠을 제대로 자지 않기도 했고,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울증 상태일 때에는 사람들에게서 과거에 받은 모든 상처들을 곱씹었다.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상대방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하였다. 실제로 상대방이 잘 못한 일도 있었지만, 피해망상으로 곡해한 상황을 사실이라고 믿은 채 원망과 공격하는 언행을 반복했다. 결국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맺어갈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울증 상태가 좀 좋아져 정신이 돌아오면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비관하고 죽고 싶어 했다.

조울증의 정식 명칭은 양극성 장애이다. 조증은 기분이 정상 범위를 훨씬 넘어서까지 올라가는 경우를 말하며, 울증은 기분이 정상 범위 훨씬 아래까지 내려가는 상태를 말한다.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 경우를 조울증이라 한다. 조증과 울증의 관계는 산과 골의 관계와 같다. 울증의 골이 깊으면 그 다음 오는 조증이 높아진다. 조증이 높으면 그 다음 울증이 올 때 골이 깊어진다.

조울증 1형은 극단적인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난다. 때로는 우울증의 증상은 없이 조증만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조증에 무게 중심이 있는 증상을 보인다. 조울증 2형은 제1형과 달리 극단적인 조증이 나타나지 않고 경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난다. 경조증은 조증보다는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약한 상태로 사회나 직업 기능에 현저한 손상을 초래하거나 입원을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울증에 무게 중심이 있다.

조울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조증일 때 오히려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다. 조증일 때는 천국에 있는 기분이 든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과도한 믿음이 흘러넘친다. 사업을 벌이기만 하면 대박을 치리라고 믿고 자세한 사업 계획도 없이 수억을 투자하기도 한다. 결국 재정적으로 크게 손실을 입기가 쉽다.

조울증 환자에게는 목회자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환자의 상태가 울증 상태에서 조증 상태로 변화되면 약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조증 상태가 되었는데 울증 상태의 약을 그대로 먹게 되면 조증이 더욱 쉽게, 더욱 크게 오게 된다. 목회자가 지속적으로 상담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면 약이 환자의 현재 상태에 적합한지 여부를 잘 파악할 수 있다.

환자는 의사에게도 자신의 증상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 목회자와 상담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히 자신의 생각과 감정, 증상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외래 진료 시 환자가 의사에게 짧게는 5분, 길어야 15분 정도 안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증상을 알려야 한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적절하지 않은 약을 먹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목회자가 이 부분을 도우면서, 신앙으로 마음이 견고해지도록 지도할 수 있다면 환자의 회복에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망상성 장애

망상성 장애는 정신분열병의 두 가지 증상인 ‘환각과 망상’에서 망상이 극대화된 병이다. 망상성 장애에는 피해망상, 부정망상, 과대망상, 색정망상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피해망상, 과대망상은 많이 알려진 망상성 정신병이다.

그중에서 부정망상을 많이 오해한다. 부정망상은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질병으로 의처증, 의부증이 여기에 해당된다. 의처증, 의부증은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병이다. 오해라고 설득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해결된다.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의처증, 의부증이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남편의 와이셔츠에 립스틱이 묻어 있다든지, 카드로 모텔비가 결제되었다든지 한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의처증, 의부증은 두뇌의 고장으로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것이기에 이런 맥락이 전혀 없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는 아내가 있었다. 물론 남편은 전혀 바람을 피우지 않은 상황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붙들고 진지하게 여러 번 얘기를 했지만 아내는 믿어주지 않았다. 아내의 의심은 남편과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편의 직장 상사에게, 친정과 시댁 식구들에게 전화하여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심지어는 남편의 직장으로 찾아가기도 하였다. 결국 부부의 갈등은 양가 갈등으로, 직장 갈등으로 심화되었다. 아내의 행동으로 남편은 가족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로 부터 오해를 받게 되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부부는 파국을 맞게 되었다.

의처증, 의부증은 정신병의 일종이므로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다.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의심한다면 정신병으로 인한 부정망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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