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물을 기대하는 기독교적 시각

김시환 목사 - 뉴저지한밝교회 원로목사, 미국합동장로교총회 서기 역임, 러브영피플 사역. 기독저널 주필 역임.

최근 미국대선 후보 경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가 거의 확정되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공화당 당원들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 국민들에게도 당혹스런 압박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역시 큰 불안으로 미국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힐러리도, 트럼프도, 아니다!‘ 하며, ’제3의 인물‘의 등장을 요구하는 공화당 내의 목소리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주목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런 결과로 보인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내용이 공화당원들에게 더욱 큰 불안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여기서 트럼프의 막말들을 요약해 보자.

  1. 미국은 원래 ‘화이트 블루 컬러 백인들’의 소유이다. 미국의 통치권자는 우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그런데 이 미국의 실질적 주체가 어째서 뒷방으로 물러나고 있는가? 
  2. 세계 최강의 미국이 어째서 최고 채무국이 되고 있는가? 그것은 비주류 미국인들에게 돈과 직장과 긍지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보 무임승차를 하는 동맹국들에게 달러를 유출했기 때문이다!
  3. 이로 인한 박탈감에 눌린 미국의 ‘백인계 화이트 블루 컬러층’에게 미국을 되돌려 주고 보호하기 위해 나는 내 재산을 걸고 나섰다.

  말 그 자체로서는 그가 지칭한 미국의 주인들에겐 상당히 감성적 설득력을 지녔다. 그런데 거기에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며 그에게 다가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백인들은 누구인가? 바로 미국의 청교도 신앙과 윤리관을 제치고, 소시민적 이기주의의 아메리칸 드림을 즐기며, 천민자본주의 사회로 키워낸 주역이다. 즉 트럼프와 같은 1% 특권층의 탐욕과 지배욕을 영웅으로 대접하며, 그들을 삶의 모델로 삼고 흉내내며, 그 세력을 키워온 당사자들이다.

  이 천민자본주의야말로 오늘의 미국 국민들 고통의 핵심원인이요, 잘라내야 할 암 덩어리(癌塊)이다. 따라서 그들이 지닌 오늘의 ‘상대적 박탈감’은 실은 자기들이 키운 암 덩어리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에게 박수치며 모이는 이들은 그 암 덩어리가 주는 고통을 통해 ‘정당한 문제의식’을 떠올리지는 못하고, ‘질투가 섞인 원망’을 불태우며, 그것이 마치 정당한 문제를 의식한 듯이 소리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 정치계에 거대한 토네이도를 일으킨 결과가 되었다. 지금은 미국의 정치계는 이 트럼프의 등장이 미국의 진정한 주체인 ‘99% 미국시민들의 주인의식’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될 수 있느냐, 아니면 천민자본가의 상징이라 해야 할 트럼프를 띄어 올리는 데 그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미국을 위기로 끌어들이는 ‘정치적 암 덩어리’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 하나는 힐러리를 통해, 다른 하나는 트럼프를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사실 그 뿌리는 하나이다. 양측 모두가 ‘엘리트 세계지배주의자들’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런데 힐러리는 그 엘리트가 ‘국제 금융정치 세력에 의한 세계지배주의자’들이라는 것이요, 트럼프는 ‘미국 백인중심의 세계지배주의자’들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현재 힐러리와 트럼프는 이러한 자신들의 배후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그 뿌리로 들어가면, 오늘에 와서는 하나라는 증거가 최근 나타났다. 트럼프가 갑자기 뉴욕의 키신저 사저(私邸)를 방문해 독대를 한 후, 그의 정책을 180도로 회전시키는 발언이 시작된 것이다. 가령, 종래에 그는 북한 김정은을 만나줄 가치조차 없는 ‘미치광이’로 취급했었는데, 키신저 독대 후에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공개발언을 한 것이다.

  헨리 키신저가 누구인가? 현재 힐러리가 자랑하며 자기 배후의 킹메이커로 지목하는 ‘국제 금융정치 세계지배 엘리트 그룹’의 수장(首長)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트럼프가 찾아가 ‘알현’한 후, 돌연히 그의 정책변화의 신호탄을 날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양 후보의 실질적인 배후세력은 하나라는 의미이다. 즉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이들에게 영향을 받는 인물로 ‘배치’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과연 국민들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뽑을 수 있는 장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선거라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인물을 뽑는 ’요식절차‘에 불과하고, 실은 그 화려한 정치 쇼의 연막장치 뒤에서 ‘참주적인 세력가들’의 권력게임이 숨 막히게 전개되고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오늘에 와서는 0.01% 특권층의 최고위층은 거의 하나로 통합된 상황에서, 그 밑의 하위조직끼리 ‘충성경쟁’ 성격의 선거전을 치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미국의 정체성(주인의식)에 심각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진정한 미국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풀뿌리 서민들 즉 99% 시민양심 세력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도 역시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의는 숨지고 만다.

  특히 공화당은 원래 이런 결집력을 형성하며 이끌 대통령 후보를 세웠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공화당 내 ‘티파티(Tea-Party)' 그룹이 원천적으로 막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틈새를 비집고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며, 이젠 아예 미국을 ‘위기의 골짜기’로 몰아가는 ‘정치적 토네이도’가 되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전 세계의 위기로 증폭될 수 있다. 이 돌풍을 이대로 무책임하게 방치하면, 반드시 미국과 온 세계에 재앙을 몰고 올수 있다. 그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후손들 생존을 위태롭게 할 재앙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풀뿌리 99% 시민양심 세력을 급히 살려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화당의 티파티는 더 이상 트럼프 이전의 속성을 고집해선 안 된다. 자신들이 진심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들이 주장해온 ‘백인중심 엘리트주의’를 버려야 한다. ‘미국 제일주의’ 자세도 버려야 한다. 이제껏 소돔문화 거부를 해 온 것은 잘한 일이지만, 동시에 바티칸과 어울린 ‘종교통합 운동(인간신 조작운동)’에 대해 머뭇거리는 이들은 옳지 못하다. 저소득층 시민들의 생존과 복지문제를 ‘이익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공화당의 ‘제3의 인물’이 되려는 세력은 이 티파티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앞서 말한 잘못된 속성을 고집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잘라 없애야 할 미국의 암 덩어리인 까닭이다. 그들이 부분적으로 옳은 주장을 지니고 있다 하여, 전체적인 생명력을 파괴하는 악을 고집하는 자세를 용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국을 되살리고, 전 지구촌에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상생권’을 다시 안정된 기초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제3의 인물’은 미국의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실마리를 확실하게 붙잡는 행위이다. 제3의 인물이 등장하게 되면, 미국의 정치적 암 덩어리를 적출(摘出)하는 수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앞날은 실로 이 작업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 돌풍의 악영향을 염려하고 “제3의 인물”의 등장을 주장하는 ‘제3의 목소리 그룹’은 미국의 암 덩어리인 천민자본주의의 대개혁을 원하는 ‘백인계 중산층과 불루 컬러를 대변하는 양심세력’이다. 그들은 그 천민자본주의 개혁의지 하나만으로도, 미국의 건국이념인 퓨리터니즘을 되살릴 수 있는 후보 집단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99% 시민 양심세력을 다시 일으킬 수 있으며, 99% 시민들은 이 “제3의 인물”과 결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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