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 보장이야말로 공동체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방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비상시국대책회의(이하 시국회의)는 19일 세 번째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부를 향해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경제 규모가 성장한 만큼 취약 계층의 복지를 확대하고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시국회의는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경제 민주화 조치는 더 진전되지 않았고, 복지 공약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심각한 경제적 위기로 사회적 통합은 난망해 보이며, 사회적 약자들은 끝없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국회의는 이어 "대기업에 편중되고 노동을 배제하는 경제 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규모만을 키우며 성장해온 한국 경제가 국민의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불행으로 인도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1000만명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고,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라며 "이런 현실에서 일반해고 요건 완화, 성과 차등임금제, 파견대상 확대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들의 권리 실현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 정책으로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대외 의존적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 활동은 적극 보장되지만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기 부양을 노리고 개발 사업을 진행했지만 국민의 경제생활이 향상되기는커녕 환경마저 훼손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며 "누구나 공평한 경제 관계, 쾌적한 자연 환경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리"라고 주장했다.

시국회의는 "성서는 공동체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성서는 특정한 집단에 부가 편중되어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누구나 일용할 양식을 누리는 것이 곧 하늘의 정의임을 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과 노동의 균형을 보장하고, 취약 계층은 물론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며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NCCK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7월27일 비상시국대책회의를 결성하고 시국선언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날 발표한 세번째 시국선언을 통해 ▲ 대기업 편중 경제정책 지양 ▲ 자본과 노동의 균형 보장 ▲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 ▲ 환경 보전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비상시국대책회의는 김상근 목사(전 민족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를 상임의장으로 꾸려졌다. 의장단에는 신경하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직전 감독회장), 유경재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안동교회(통합) 원로목사),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교수·전 역사편찬위원)가 참여했다.

NCCK는 노동·복지·환경에 관한 이번 선언에 앞서 7월27일 역사와 정치, 8월23일 안보와 평화에 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세번째 시국선언문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   아   래   –

<시국선언문 3>    

박근혜 정부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으로 전환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였다. 공약의 핵심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그 공약은 어렵사리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도급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의 통과는 경제 민주화 조치의 일보로 여겨졌고 국민들은 이를 반겼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 조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고, 복지 공약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금 경제적 난국과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명백히 경제 민주화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제119조 2항). 또한 경제주체의 일원으로서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제33조),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제34조), 나아가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위한 국가의 환경보전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제35조).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 관계 및 자연 환경을 갖추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임무라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그것은 누구나 공평한 경제 관계 및 쾌적한 자연 환경 가운데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리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 정신은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국가 공동체의 준엄한 요구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공평한 경제 관계 및 쾌적한 자연 환경 가운데서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 땅 위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라 믿는다. 성서는 공동체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그것이 하나님의 정의라는 것을 일관되게 가르쳐주고 있다. 성서는 특정한 집단에 부가 편중되어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누구나 일용할 양식을 누리는 것이 곧 하늘의 정의임을 선포하고 있다. 나아가 성서는 공동체의 온전한 보전이 피조세계 전체의 온전한 보전 가운데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그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성서가 가르쳐 준 이 진실은 그리스도교 신앙 전통에서 끊임없이 환기되어 왔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 가르침이 오늘 현실에서 실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의 실상은 참담하다. 심각한 경제적 위기로 사회적 통합은 난망해보이며, 사회적 약자들은 끝없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 편중 경제정책으로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는 국민을 현혹하는 모호한 수사일 뿐 그 실상은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야기한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주도로 규모를 추구하는 경제, 토목과 건설 등을 통한 경기부양, 대외의존적 수출을 통한 경제의 성장을 추구하는 경향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이를 위한 기업의 활동은 적극 보장하지만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이른바 ‘줄푸세’, 곧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정책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기업을 위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그 정책으로 평범한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향상되고 있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불평등과 사회적 위화감만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 기조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편중 정책은 그와 대비되는 노동배제 정책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 성과 차등임금제, 비정규사용연한의 연장, 파견대상의 확대로 집약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노동자의 편에서 볼 때 개혁이 아니라 재앙과도 같다. 노동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1,000만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해나가고 있고, 매년 산업재해로 죽음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세월호 참사로 죽음에 이른 이들의 여섯 배가 넘는다. 또한 노동자의 권리실현이 요구가 갖가지 방법으로 침해받아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전쟁이나 재난의 현장과 같은 노동현장의 현실에 더해 더욱 가혹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추진된 4대강 사업과 도시개발 추진 등 무분별한 개발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환경의 훼손과 더불어 사회적 비용부담을 안겨주었다. 거기에 더하여 경기부양을 노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애초에 의도한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서민들에게 가계부채의 부담만 키우고 있으며, 부적절한 건설사업으로 국토의 효율적 활용 및 쾌적한 환경의 조성을 저해하고 있다. 그 효과도 의심스러운 경기부양 정책과 허울 좋은 경제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대기업 편중 정책으로 사회적 약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보장하는 사회복지는 뒷전에 밀리고 말았다. 애초 사회복지를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기대했던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속한 이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당장의 생활고를 도리 없이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경제성장율을 보더라도 역대 정부 집권 기간 중 현 정부의 집권 기간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성장율 그 자체가 경제정책의 적합성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스스로 표방한 경제성장을 이루지도 못하면서 절대다수 평범한 국민들에게 부담만을 안기는 경제정책이 아무런 반성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 경제정책의 결과 부의 불공평한 편중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소유여부에 따른 부의 불평등에 더하여 임금소득 격차의 확대에 따른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심각한 가계부채로 인해 수요는 진작 될 턱이 없고, 따라서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성장의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경기부양을 노리는 개발사업의 효과가 국민들의 경제생활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오기는 커녕 오히려 역효과만을 가져오고 있다. 그로 인한 환경의 훼손은 또한 두말할 것 없다.

오늘 한국 경제는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정의롭지도 못하다. 그 가운데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안전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자살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고 싶지 않은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지표이다. 성실히 일하면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에게도 생명의 위협이 항존하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기본적인 생활고의 위협에 노동현장에서의 생명 위협의 조건이 편만해 있기 때문이다. 규모만을 자랑하며 성장을 위해 내달려온 한국 경제가 국민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삶을 파괴하는 불행으로 인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은 경제적 난국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과제들은 급선무로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1. 대기업 편중의 경제정책을 지양하라.

경제 민주화의 정신에 따라 대기업 편중 경제 정책은 철회되어야 하며, 기업들이 사회적 기여를 높일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규율되어야 한다. 한국 대기업의 성장은 국가적 특혜와 지원에 힘입은 바 크며, 그것은 곧 국민의 피땀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사유화하고 부담은 사회화하는 것이 오늘 한국 대기업의 철칙처럼 되어 있다. 마땅히 그 이익 또한 사회함으로써 사람들과 더불어 공존하는 기업의 풍토를 조성하여야 한다.

2. 자본과 노동의 균형을 보장하라.

경제 민주화의 중요한 요체는 자본과 노동의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서, 노동자들의 적정한 생활의 안정과 일체의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는 최저생계비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을 뜻하며,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가 법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서 삶의 보람을 맛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3.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라.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은 물론 그 누구라도 일상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가 확충되어야 한다. 사회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이자 동시에 국가가 감당할 의무이다. 국가가 그 의무를 저버린다면 공공성을 구현해야 할 국가로서의 존립근거를 상실한다.

4. 환경 보전에 만전을 기하라.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민경제의 규모가 성장하고 국민들의 생활상 기대수준이 높아진 현실에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몫 가운데 하나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모델을 추구해야 할 시점에 있다.

2016년 9월 1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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