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목사의 교회 이야기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담임. 본국제신학교학장. 본월드미션(재)이사. 새길과 새일(사)부이사장. 본국제기독대안학교이사장. 벧엘의료재단이사. 저서: 충성된일꾼되어가기. 주기도문, 40일영적순례. 등.

 

신용회복위원회가 2002년 10월 출범했다. 신용회복을 위한 상담 건수는 203만 1743건이다.  신청자의 평균 부채 금액은 2113만원이다. 부채규모별로 보면 2000만원 이하 신청자가 전체의 60.4%이고, 3000만원 이하 신청자가 전체의 79.1%이라고 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 신청자가 69.7%이다. 또한 월소득 150만원 이하의 신청자가 전체의 92.0%이다. 거의 저소득층이 신용불량으로 파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정해체의 주요 원인이 되고있다. 이것이 3만불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의 민낯이다. 양극화의 현상이 점점 고착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잘살고 못사는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모든 것을 넘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 구조 시스템의 정비와 지원도 더욱 필요한 시대이다.

박 집사님은 개척 초기 멤버이며, 목사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믿음의 형제이다. 그러나 목사의 마음에 가장 안쓰럽고 가슴 아픈 가정이다. 부모가 자녀들을 똑같이 다 사랑하지만, 유독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들 한다. 어쩌면 박 집사님은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목사와 함께 사택에서 살았고, 주례도 했고,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거의 다 알 정도이다. 박 집사님을 향한 목사의 마음은 아비의 마음일 것이다. 잘살기를 바랐고, 평탄하게 살기를 바랐고, 교회의 큰 기둥이요 하나님 나라의 큰 대들보가 되기를 늘 바랬다. 항상 자녀가 부모의 생각대로 성장해준다면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 대부분 부모의 마음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박 집사님과의 믿음의 추억도 많지만, 때로는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좀 더 편하게, 좀 더 여유 있게, 좀 더 자유스럽고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내 마음과는 반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래도 주님의 은혜 가운데, 힘들고 어렵지만 한 고비씩 넘어가는 모습에 기쁨도 있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내심 높고 깊은 나무로 성장하기를 늘 원했다.

목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박 집사님의 가정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목사에게 이혼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혼의 원인은 결국에는 돈이었다. 카드 연체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부부 사이는 불신으로 가득했고, 이혼을 결정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내 사역의 현장에서 사랑했던 아픈 손가락이 결국에는 이혼으로 끝나게 되면 교회에 시험거리가 된다. 한 가족처럼 살아왔던 지체들이 감당해야 할 마음의 상처와 우울감과 상실감과 좌절감이 눈에 보이듯 느껴진다. 가장 큰 아픔은 존귀하신 하나님의 이름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주님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이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형편없이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니 이것은 큰일이었다.

무엇보다 세 명의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자녀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그럴 권리가 있다. 부모는 자녀들의 인생을 책임져 주어야 할 법적, 인간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부모의 잘못으로 인한 가정 붕괴는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상처이며 아픔이며 시련이다. 일생동안 자녀들은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먹어도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처럼, 사랑에 허기진 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자녀들이 외로움으로 인해 일생동안 흘려야할 눈물의 양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2014년 9월 부부를 교회에 불러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카드빚이 3천만원 정도였다. 3천만원 때문에 가정은 이혼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을 제시했다. 5백만원은 회사에서 퇴직금으로 충당하고, 2500만원은 내가 갚아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모든 빚의 명세서를 가져오십시오. 내가 우선 갚아드리겠습니다. 내가 이자를 내드리겠습니다. 원금은 나중에 갚으세요.” 이렇게 무너지는 위기의 가정을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박 집사님의 모든 빚을 우선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대신 이자를 대주었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목사이기에 하는 것이다. 목사는 교회에서 설교만 하면 되지, 무슨 교회 성도의 가정사까지 일일이 책임져야 하는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말한다. 나는 사역이란 영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 육체적인 것, 관계적인 것, 경제적인 것 등 모든 것이 목회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목회란 단순히 종교행위만 하는 것이 목회라고 규정 짓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단지 2500만 원으로 한 가정이 무너지지 않았다. 가정 해체의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꿈을 꾸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사랑스런 성도의 모습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제는 2500만 원 원금도 거의 다 갚아 가고 있다. 참으로 대견스럽고 고맙다. 이혼하지 않아서 고맙고, 신앙이 성장하기에 고맙고, 믿음 안에서 가정을 세우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니 고맙고, 서로를 향해 미워했던 모습이 서로 돌보고 돌봄 받는 모습으로 가꾸어가니 고맙고, 가정에 웃음과 기쁨을 회복하니 고맙고, 가정이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으니 고맙고, 충성된 일꾼의 모습으로 세워져 가니 고맙다.

누구나 절박할 때가 있다. 절박할 때는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 당사자들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그럴 때 누군가의 사랑과 도움의 사다리가 되어 준다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지나고 나면 그런적도 있었는가? 별일도 아닌데 하는 마음을 같게 되는 것이 삶의 상식이다.

모든 위기의 가정이 모두 이혼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민다면, 이 땅은 어떤 세계가 될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온다. 부모가 아무리 흠 많고 부족하고 모자라도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 이혼가정의 자녀들이 겪어야할 상처와 고민은 결국 우리 사회의 몫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에 교회들이 많다. 위기의 가정을 한 교회에서 한 가정만 책임져주어도, 이 땅은 그 만큼 성장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다양한 복지가 필요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는 늘 있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정부가 다 해결해 주면, 우리 사회는 도덕적 불감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교회와 사회단체의 연합을 통한 위기 가정의 돌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정 해체는 우리 공동체가 감당해야할 몫이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사회의 문제와 교회 공동체 내에서 일어난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과 협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작은 교회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목회자는 낮은 자를 품는 것이 가야 할 바른 방향이고 사명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성도의 가정이 작은 돈으로 인해서 무너져서는 안된다. 하나님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별로 교회의 사명이 있다. 특히 21세기 교회가 품어야 될 위기의 가정, 위기의 다양한 인생들이 참으로 많다. 강도만난 이웃이 너무도 많다. 교회의 높은 담을 헐어야 한다. 교회 울타리가 너무 높다. 세상과 교회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교회의 사명인 전도와 섬김의 사역을 내려 놓게 되면, 텅빈 건물만 유산으로 남겨줄 것이다. 인류 기독교회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 한국도 서서히 진행되어 가고 있다. 어떤 교회는 피부로 매 년, 매 달, 매 주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원수 마귀는 우는 사자처럼 돌아다니면서 하나님의 자녀의 가정과 인생을 파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교회는 야고보 사도의 권면에 다시 귀를 기울어야 할 시대적 기로에 서 있다.

믿음은 구체적인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성경은 가르쳐주고 있다.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 행함이 없으면 그 믿음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 묻습니다. 구체적으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강하게 결론을 내립니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약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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