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결핍된 것들이 충족된 후에는 무엇을 해야할까?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 부교수, 법무부 교정심리치료 중앙자문위원단 자문위원, 임상심리전문가, 범죄심리전문가, 학교심리전문가, 중독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해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 도중 질문을 하곤 한다.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 봅시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당신에게 이루어집니다. 첫째로 돈이 매우 많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돈이 많고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둘째로 매우 똑똑합니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로 건강합니다. 몸의 모든 부분이 최고의 상태이어서 인류 최장수 기록을 세울 정도로 건강합니다. 자, 그럼 이제 이것을 가지고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다음을 읽기 전에 독자 여러분도 상상해보기 바란다.

대답은 흔히 몇 가지로 나뉜다. 대개 여행을 가겠다는 대답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더 벌겠다고 하기도 하고, 집을 사고, 가족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먹을 것을 많이 먹고, 잠을 충분히 자고 등등의 한풀이성 대답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정복을 하겠다고 한다. 아방궁을 짓겠다는 사람도 있고, 우주제국을 세우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매일매일 아는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자선사업, 교육사업을 하겠다는 이야기 등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면 필자는 한풀이성 대답들에는 “이제 커다란 집도 있고, 3년 동안 잠만 자기도 했고, 세계 여행 곳곳은 이미 열 번씩은 가 봐서 다 알고 있는 상태이다.”라고 말해주고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두 번, 세 번 묻게 되면 점차로 사람들은 일회성의 소원보다 지속적인 일들을 하는 것으로 대답한다. 그러면 핵심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왜 그것을 하고 싶은가요?” 세계정복을 하겠다면 왜 그렇게 할 것인지, 그러면 그 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를 묻는다. 자선사업을 하겠다면 누구를 위해 할 것이며, 왜 그들을 돕고 싶은지를 묻는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생존, 안전, 소속, 존중, 자아실현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음식, 잠과 같은 생존이 확보되면, 외부로부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것을 원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에게 소속되기 원하고, 그 이후에는 존경받기 원한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하위 욕구가 채워져야 상위 욕구가 생기지만 한 번 상위 욕구로 올라가면 그것을 위해 하위 욕구를 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흔히들 알고 있는 이론인데, 매슬로우는 이에 덧붙여 네 번째인 존중까지는 결핍의 욕구이고, 다섯 번째인 자아실현은 성장의 욕구라고 이야기하였다.

처음에 언급한 질문은 바로 결핍의 욕구가 모두 채워졌을 때,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고, 곧 당신의 자아실현 욕구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인 것이다. 세계정복을 한 후 그 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에 대해 처음에는 무력으로 굴복시키겠다고 대답했던 청소년도 반복되는 질문에는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고 답하곤 한다. 이는 그 삶을 통해 다수의 행복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 청소년의 꿈이 담긴 대답이다. 자선사업을 통해 빈곤국가의 어린이들이 기본적인 생활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대답은 어떠한 환경에서 태어나더라도 그 사람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평등의 이념이 담긴 대답이다.

사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삶에서 경험하고 있는 결핍들로 인해 그 결핍을 채우는 것이 자신의 실제 목표인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것이다. 돈을 벌고 싶은 것이나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결핍됨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대답은 “그럼 죽어야지요.” 라는 대답인데, 경험상 5~10%는 그런 대답을 한다. 결핍된 욕구가 다 채워지면 인생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대답이다.

단풍이 들고 있다.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면서 나는 어떤 것을 실현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에 전념하는 연말을 맞이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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