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가 사망률을 낮출 수 없음을 강력히 시사

지난 10월 15일, 기다리고 기다렸던 세계 최대의 'CPVID-19 치료법에 관한 임상시험' 중 하나, 일명 「솔리대리티 임상시험(Solidarity trial)」의 중간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망이었다.

전세계 400개 병원에서 11,000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솔리대리티」를 구성하는 네 개의 치료제 중에서, 생존율을 증가시킨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동안 많이 화제에 올랐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스타일을 구겼다. 연구를 수행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과학자들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출판하기에 앞서, 10월 15일 밤 출판전 서버인 《medRxiv》에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전례없는 연구였다'는 점과 '기존의 약물을 전용(轉用)하는 네 건의 치료법을 명확히 검증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 "네 개의 치료법 중에서 사망률을 낮춘 게 하나도 없다는 건 실망스럽지만, 이번 임상시험은 대규모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증명했다"고 웰컴트러스트의 제러미 파라 소장은 말했다. "우리는 효능이 우수한 약을 보유하고 싶지만, 효능을 모르는 약을 덮어놓고 사용하는 것보다 효능을 제대로 아는 게 더 낫다"고 WHO의 수석과학자인 숨야 스와미나탄은 말했다.

네 개의 치료법 중 두 개인 말라리아 치료제 히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과 HIV 치료용 복합제제인 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ritonavir/lopinavir)는, 이미 지난 6월 발표된 다른 대규모 임상시험인 영국의 「리커버리 임상시험(Recovery trial)」에서 퇴짜를 맞은 바 있다. 「리커버리」와 이번 중간결과를 종합하여, WHO는 두 가지 약물을 연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렘데시비르와 인터페론베타(Interferon-beta)는 처음에는 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와 함께 투여되었으나, 「리커버리」 데이터가 발표된 후 단일제제로 바뀌었지만 나름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렘데시비르와 인터페론베타 모두, 사망률을 낮추거나 '인공호흡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지연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약물에 대한 데이터는 정밀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RNA 바이러스의 특이적 효소를 공격하며, 에볼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받았던) 렘데시비르의 경우, 처음에는 '전망이 밝은 후보약물'로 간주되었었다. 지지난주 발표된 1,000여 명의 COVID-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미국 임상시험에서(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007764),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사람들은 대조군보다 회복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망률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건의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도 렘데리비르의 효과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 렘데시비르를 '중증 COVID-19 환자'용으로 승인한 후, '모든 COVID-19 환자'로 승인 범위를 넓힌 바 있다.

그러나 「솔리대리티」의 데이터에 따르면, 렘데시비르가 중증 COVID-19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입원 환자 2,743명 중에서 11%가 사망한 데 반해, 그와 비슷한 수의 대조군 환자들 중에서는 11.2%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의 차이가 너무 작아, 우연임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들은 「솔리대리티」와 다른 3건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합하여 약간의 사망률 감소를 발견했지만, 그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렘데시비르가 사망률을 낮출 수 없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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