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상 유의하는 성경 해석의 원칙은 먼저 성경 본문을 원문으로 충분히 이해한 후에 그 다음 신학적, 역사적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언론지에 실린 반박기사의 논거는 1절의 '위에 있는 권세들' = 3절의 '다스리는 자들' = 4절의 '하나님의 사역자' 라고 자의적으로 세팅을 해 놓고, 몇 가지 논리를 제시하면서 위에 있는 권세들을 '국민'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해당 본문을 1~4절까지 헬라어 원문에서 직역해 보면 이렇다. 어디까지나 이는 나의 개인적인 번역이니, 헬라어가 되시는 분들은 직접 원문을 독해하여 보시기 바란다.

"모든 영혼(프쉬케)는 우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오지 않은 권세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하는 권세들은 하나님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다"(1)

"그래서 그 권세를 대항하는(안티타쏘) 자는 하나님의 법령(디아타게, ordinance)에 맞서는 것(안씨스테미)이다. 맞서는 자들은 스스로 법적처결(크리마)을 받게 될 것이다"(2)

"치리자들은 선한 행동을 하는 자들에게는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다만 악행하는 자는 예외이다. 네가 그 권세를 공포스럽게 여기지 않으려면 선하게 행동하라. 그리고 너는 그것으로부터 에파이노스(승인, 인정, 칭찬을 받을 만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3)

"하나님이 소유하신 일꾼(디아코노스)은 너희에게 선을 위해 존재하는 자이다.
그런데 너희가 만일 악을 행하면 무서워하라. 까닭없이 단검을 지닌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소유하신 일꾼이기 때문에 악을 실행한 자에게 진노함을 집행하느니라."(4)

이렇게 본문 자체를 놓고 보면, 
1. 위에 있는 권세들(복수) = 치리자들(복수) = 하나님이 소유하신 일꾼(단수)이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위에 있는 권세들은 헌법이 정한 국민들이라고 보고, 치리자들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위정자들이라고 여기고, 그 위정자들 하나 하나는 일꾼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

2. 국가의 체제가 왕정이든 민주 공화정이든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님의 진리의 룰이다. 성경은 인간의 언어로 쓰여있고, 특정 시대의 정황을 포함하지만, 왕정시대라 다르고, 민주공화정이라 다른 그런 무원칙한 시선으로 봐서는 안 된다.

3. 위에 있는 권세들을 국민으로 보는 것이 새롭거나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왕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잠언 24:24~25을 보면, 지혜자는 이렇게 말한다. 

"악인에게 네가 옳다 하는 자는 백성에게 저주를 받을 것이요 국민에게 미움을 받으려니와 오직 그를 견책하는 자는 기쁨을 얻을 것이요 또 좋은 복을 받으리라."

왕이라도 악을 행하는 악인이라면 국민이 그를 저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미워한다. 왕이라도 잘못하면 그에 준하는 견책(형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기쁨을 얻게 되고, 또 좋은 복을 받는다. 왕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도 되는 것처럼 성경이 말하지 않는다.

4. 국민에게서 나온 권세 아래에서 치리자들은 나라를 치리하면 된다. 가장 우월한 권세들애게서 위임받은 권세를 치리자들이 행사할 때, 국민은 선을 행함으로 살아야 한다.

5. 치리자들은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하나님이 소유하신 일꾼이다. 선을 관장해야 할 치리자가 자기는 악행을 하면서 어찌 하나님의 일꾼이라 할 수 있겠으며, 어느 국민이 그 치리자를 따르겠는가?

6. 국민은 법이 정한 책임뿐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국민은 그럴만한 가치(에파이노스)가 있다.

7.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 그에 준하는 형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하나님이 정하신 원칙이다. 성경 본문이 이러하니, 이에 관련한 나머지 여러 신학적, 정치적, 사회적 논의를 펼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