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본지는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재성 교수) 창립20주년을 맞아 학회창립을 주도했던 한국의 대표적 신학자 김영한 박사(한국개혁신학회 고문, 숭실대 명예교수)와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5월27일 샬롬나비학술대회 후에 본지 안계정 신학전문 기자가 김영한 박사를 만났다. <편집자 주>

안계정 기자(이하 안 기자): 박사님,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김영한 박사(이하 김 박사): 좋습니다. 모두가 주님의 은혜입니다.

안 기자: 한국개혁신학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학회 창립을 주도하신 분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김 박사: 벌써 20주년이 흘렀다니 세월이 참 빠릅니다. 무엇보다 개혁신학회가 한국기독교학회, 복음주의신학회와 더불어 한국에서  3대 메이저 신학회로 성장했고 또 학술진흥원의 등재지로서 많은 좋은 학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안 기자: 1996년 학회 창립 당시 이미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있었는데, 굳이 ‘개혁신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학회를 만들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 박사: 복음주의신학회는 감리교, 성결교까지 포괄하는 학회지요. 반면 한국교회는 거의 70%가 장로교입니다. 그래서 개혁신학의 전통과 독특성을 구현하는 학회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안 기자: 학회 창립 당시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습니까?

김 박사: 일단은 많은 분들이 학회 창립에 찬성했습니다. 모두 열린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숭실대 과학관3층에서 학회 창립의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죠.

 

한국개혁신학의 어제와 오늘

 

 

안 기자: 이제 한국개혁신학회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1996년 한국개혁신학회와 2016년 한국개혁신학회의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김 박사: 일단은 규모적인 면에서 많이 성장했지요. 당시에는 소규모의 학회였지만 지금은 학술진흥원의 등재지가 되었고, 전국적인 규모의 학회가 되었습니다. 방금 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기독교학회, 복음주의신학회와 더불어 한국신학계의 3대 메이저 신학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안 기자: 지금까지 124회의 학술발표회를 했고, 49권의 논문집을 발행했습니다. 그 가운데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발표회가 있었다면요?

김 박사: 글쎄요....... 한신대에서 김재준 박사에 대한 논문발표회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박형용과 김재준 두 분의 문제로 한국 신학이 갈라졌고 교단이 갈라졌었는데 우리 세대에 와서 우리가 한신대에 직접 가서 한신대 교수들과 장공 김재준 신학의 공과 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학문적 토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안 기자: 참으로 의미가 깊은 순간이었다고 저도 동감합니다. 개혁신학회가 20년을 오면서 혹시 힘들었던 순간이 있지는 않았는지요?

김 박사: 그렇게 어려운 순간은 없었다고 봐요. 단지 2004년 즈음에 총신을 중심으로 해서 개혁신학회를 새롭게 만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한국개혁신학회를 처음 만들 때 당시 총신대의 김의원 교수가 부회장이었어요. 그럼에도 그쪽에서 우리를 향해 ‘거기는 지나치게 브로드(broad) 하지 않느냐’하면서 협소한 의미에서 ‘개혁파신학’의 학회를 만들었던 거지요. 저는 뭐 다 좋다고 말했지만, 다만 이름이 같아서는 안 되겠다 했더니 그냥 "개혁신학회"라는 이름을 쓰더라고요.

 

한국개혁신학회의 정체성

교단의 신학을 지원은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교단신학’에 매여서는 안 된다. 성경을 기본으로 개혁교회의 역사적인 전통, 열린 마음으로 연합을 지향. 역사적인 개혁전통사상을 계승하는 것이 한국개혁신학회에게 중요한 것이지 어느 교단을 대변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안 기자: 이제는 한국개혁신학회의 정체성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한국개혁신학회는 보수로 분류되는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 비판을 가하는 예장통합, 기독교장로회까지 아우르는 신학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총신대 쪽에서는 상당히 꺼려하는 김재준 박사에 대한 학술대회를 한신대에서 개최한 것입니다. 이러한 폭넓은 스펙트럼에 대한 어떤 반대나 반발은 없는지요?

김 박사: 젊은 세대 가운데서는 없었어요. 단지 일부 목회자들 가운데서 김재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했어요. 그러나 신학이 교단의 신학을 지원은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교단신학’에 매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성경을 기본으로 개혁교회의 역사적인 전통, 거기에 열린 마음으로 연합을 지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안 박사: 약간 예민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장 교단의 신학이 개혁신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십니까?

김 박사: 우리 한국개혁신학회는 어느 한 교단의 신학을 대변할 수는 없어요. 즉 총신의 신학, 통합의 신학, 기장의 신학을 대변할 수 없지요. 어느 교단의 신학이 아니라 역사적인 개혁정통주의, 물론 이것도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역사적 개혁정통주의란 루터와 칼빈을 중심으로 하면서 존 오웬(J. Owen), 조나단 에드워즈(J. Edwards), 로이드존스(M. Lloyd Jones)까지, 교회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게 하는 사상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개혁전통사상을 계승하는 것이 우리 개혁신학회에게 중요한 것이지 어느 교단을 대변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안 기자: 한국개혁신학회에는 장로교의 울타리를 넘어 감리교, 성결교 등 이른바 웨슬리 신학의 학자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혁신학의 정체성으로 포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 박사: 그렇다고 봅니다. 웨슬리 신학은 ‘머리털 하나 다른 칼빈주의’로 볼 수 있지요. 웨슬리는 물론 예정론에 있어 유기(遺棄)의 예정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선택의 예정은 이야기 했지요. 단, 알미니안 주의와는 다릅니다. 알미니안 신학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고 행위구원까지 가는 경향이 있지요. 이런 면에서 한국개혁신학은 ‘건전한 웨슬리 신학’ 즉, 웨슬리(John Wesley)와 휘필드(Jorge Whitefield), 로이드존스까지 포괄하는 종교개혁의 신학을 계승하면서 지향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로이드존스는 ‘칼빈주의적 감리교신학자’(calvinistic methodist)입니다. 교리적으로는 칼빈주의이지만 경건이나 복음전도, 부흥을 방법론적(methodistic)으로 강조했어요. 이런 면에서 건전한 감리교, 성결교의 신학도 수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안 기자: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 정확히 무엇인지요?

김 박사: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고, 삼위일체론적이고,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교회 중심적 및 선교 중심이라면 개혁신학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개혁신학회의 나아갈 길

교회가 칭의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성화에 있어 부족. 종말론적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라는 종말론적 신앙이 부족. 세속의 도전 속에서 참다운 성경적 영성, 즉 무릎 꿇고 기도하는 진정한 경건이 필요하다

 

안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개혁신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위기라고 합니다. 교인수도 줄고, 신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수도 줄고 있습니다.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이러한 위기가 어디에서 왔다고 보시는지요?

김 박사: 한편으로 그동안 교회가 칭의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성화에 있어 부족했어요. 즉 믿음의 열매가 부족했기에 오늘 교회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오늘 포스트모던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자들이 가지고 있던 코람데오의 신앙, 곧 우리에게 종말론적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라는 종말론적 신앙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런 원인에서 위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안 기자: 모든 학문은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법인데 신학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학자들이 추구하는 학문적 엄밀성이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현실에서 동떨어진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박사: 상당히 일리 있는 비판입니다. 그래서 오늘 개혁신학은 교회의 신앙고백을 설명해주고 뒷받침해 줘야하고 그뿐 아니라 교의적 신앙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영성신학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안 기자: 한국신학의 1세대로 죽산 박형용, 장공 김재준, 정암 박윤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스스로 어느 세대 정도에 위치한다고 보시나요?

김 박사: 그 분들을 1세대로 본다면 차영배, 김의환 이런 분들을 2세대로 봐야겠지요. 2세대 학자들은 바빙크(H. Bavink)를 통해서 1세대가 남겨준 신학을 잘 다듬으셨다고 봐집니다. 나는 3세대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안 기자: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3세대 신학자로서 자신의 신학적 과제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박사: 박형용, 박윤선 같은 분들은 우리에게 교회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교리와 신앙을 전수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의 후반기를 살펴보면 근본주의적인 신학의 경향성이 있어요. 즉 자신과 다른 견해를 ‘신복음주의’로 몰면서 상당히 배척했지요. 사실 이런 태도가 교단의 분리나 분열하고 무관하지는 않았지요.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역사적 개혁교회가 전승해준 교리와 신앙을 유산으로 잘 수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유산을 오늘날의 교회 현실에 잘 적용하는 삶의 신앙이 필요합니다.

안 기자: 한국개혁신학의 미래를 위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세 가지만 말씀해주시지요.

김 박사: 첫째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sola scriptura, 즉 성경이 신학의 규범이라는 원칙을 지켜야합니다. 만일 이 원칙 없다면 교회와 신학은 자기 상실로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둘째로는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합니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맞아 정통신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학적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동성애, 이슬람, 신비주의 같은 세속의 도전 속에서 참다운 성경적 영성, 즉 무릎 꿇고 기도하는 진정한 경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 기자: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평생에 걸쳐 추구하신 개혁신학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짧게 설명해주시지요.

김 박사: 한마디로 열린 보수주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역사적 정통교회가 전 해준 신앙과 교리를 잘 수용하되 시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안 기자: 귀한 시간 내주셔서 독자들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리 안계정 신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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