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덴주교회와 뷔르템베르크주교회 송년 리셉션(Jahresempfang)

인사말 바덴주교회 감독 요헨 코르넬리우스-분드슈

지난 12월 6일 저녁, 바덴주교회와 뷔르템베르크주교회가 슈투트가르트 궁성(Neues Schloß)에서 개최한 송년 리셉션(Jahresempfang)에 다녀왔다.

독일개신교회(EKD)를 구성하는 20개 주교회(20 Landeskirchen) 가운데 바덴주교회는 루터교도와 개혁교도의 연합교회(Union, Unierte)이고, 뷔르템베르크주교회는 루터교회(Lutherisch)로서 신앙전통과 정체(政體)를 달리하는 개별적 단위이다. 하지만 독일연방공화국 16개 주(16 Länder) 정부 중의 하나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Landesregierung)와 주의회(Landtag)를 상대할 때는 연합기구를 통해 함께 대응하는데, 리셉션도 이 기구에서 주관하였다.

인사말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빈프리트 크레취만

당일의 주제는 단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이었다. 빈프리트 크레취만 주지사는 인사말에서 근대사회 형성에 기여한 종교개혁의 의미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개인성과 동등성, 자유와 책임, 교육과 성숙함은 근대적이고 계몽된 사회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인데, 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온 종교개혁과 그 작용사(Wirkunngsgeschichte)에 대해 우리 사회는 감사해야 한다’ 고 하였다.

리셉션 연주

그런 의미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은 교회의 축제를 넘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역사적 사건으로서 전 사회 적으로 그 의미와 성과를 기념하고 축하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무테렘 아라스 주의회 의장은 우리 사회의 현재의 민주적 질서의 근본적인 자기이해에 대해 질문할 때 ‘우리 모두는 하나의 문화적, 정치적, 신학적, 사회적인 전반적 책임(Gesamtverantwortung)을 함께 수행해야 할 과제에 직면한다’ 며 교회와 사회의 공동과제를 지적하였다.

종교개혁자 필립 멜랑크톤의 사상

바덴주교회의 요헨 코르넬리우스-분드슈 감독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과거의 역사적 의미만을 기억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현재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 데 특별히 종교개혁이 가져다준 ‘자유의 정신’(Geist der Freiheit)이 오늘의 상황에서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뷔르템베르크주교회 프랑크 오트프리트 율리 감독 역시 종교개혁은 책에서 접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만남의 사건으로서 오늘의 삶의 자리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여성 개혁자 카타리니 첼의 생애와 사상

강연을 접하며 한국의 기독교 역시 초창기 한국사회의 근대화에 공헌한 과거의 공적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역사가에게 민족사(民族史)를 구성하는데 기여한 작용사적 평가를 어떻게 받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로부터 역사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반자로 여겨지고 있는 지, 교회의 위상에 대해서 아픈 심정을 가지고 뒤돌아보게 되었다.

스트라스부르의 개혁자 요하네스 츠비크의 사상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리더쉽 네 사람의 연설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역사적인 의미를 기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사회와 교회에서 그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독일 서남지역 개신교 500년 역사에서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의 삶과 사상, 영성을 소개한 2부 순서는 교회사에 기여해온 평신도와 여성의 역할을 발굴하고 주목하는 내용이었다.

바덴지역 출신의 개혁자 필립 멜랑크톤(1497-1560), 헌신적인 신앙의 여성 카타리나 첼(1497-1562), 스트라스부르의 개혁자 요하네스 츠비크(1496-1542), 나치 하에서 고백교회운동에 참여한 게르하르트 리터 교수(1888-1967), 독일 교회의 날(Kirchentag)을 이끈 헬무트 시몬 대법관(1922-2013), 디지털시대의 교회의 선교를 제안한 사회학자 크리스티나 메르츠(1990- )의 생전의 사상을 바덴 국립극단 배우들이 연기 형태로 소개한 강연은 내용과 형식 모두 훌륭하였다.

리셉션 광경

당일 리셉션에서 가장 반갑고 즐거웠던 순간은 수년간 바덴주교회 국제교회협의회에서 함께 일 해오다 지난 9월 이후 제네바 보세이 연수원에서 선교학 교수로 사역하는 벤야민 시몬목사를 재회한 일이다.

종교개혁 당시 프랑스 위그노 박해를 피해 독일로 이주해 온 선대 이래 10대 째 목사인 그가 장차 독일교회는 물론 유럽교회를 회복하는 우리 시대의 개혁자(Reformator)로 쓰임받기를 기원한다.

임재훈 목사(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미션유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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