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방사선은 DNA를 손상시키거나, 통상적인 DNA 복구과정을 억제

미국 정부가 실시한 대규모 연구에서, "휴대폰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랫트는 희귀한 뇌종양과 심장종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예비분석 결과가 나와, '휴대폰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우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번 연구가 실험동물을 이용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이번 연구결과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면 수컷만 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고 암컷은 괜찮은 이유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휴대폰 방사선에 노출된 쥐들이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은 쥐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타나났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그리고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늘 그렇듯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여러 정부기관들이 참여한 국립 독성프로그램(NTP: National Toxicology Program)이 5월 26일 「bioRxiv 출판전 서버(preprint server)」에 올린 이번 연구결과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자(참고 1), 과학자들과 정치가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후속연구가 필요하며 휴대폰 사용에 대한 추가경고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문제로, 사람들에게 많은 우려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이번 연구의 설계를 감독한 국립 환경보건과학연구소 산하 독성프로그램의 크리스토퍼 포티어 박사(생물통계학)는 말했다. 포티어 박사는 NTP의 차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비상근이며, 비영리 단체인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휴대폰과 관련된 건강문제를 관리감독하는 미 FDA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혹시 FDA가 이번 연구로 인해 「휴대폰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FDA의 전문가 위원회가 이번 연구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FDA는 5월 25일, 이번 연구결과를 전반적으로 정리한 전문 뉴스레터를 맨 처음으로 배포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참고 2). NTP의 관계자들에 의하면, 최종적인 분석보고서는 2017년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주제가 흥미로운 데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것을 감안하여 데이터를 사전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NTP의 존 부처 차장은 5월 27일(금요일)에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휴대폰의 안전성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이번 연구결과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 잔향실(reverberation room)

NTP는 FDA의 의뢰를 받아 2,500만 달러짜리 연구에 착수하면서, 연구의 설계에 큰 공을 들였다. 과학자들은 2년간 휴대폰에 노출되는 마우스와 랫트에게 방사선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하기 위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21개의 특별한 잔향실을 설치했다. 90마리의 동물들을 성별로 나누어, 하루에 9시간씩 두 가지 휴대폰 신호에 노출시켰다. 일부 랫트들은 체중 1킬로그램당 1.5와트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는데, 이는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가 규정한 한계치(1.6watt/kg)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어떤 랫트들은 1.5와트의 두 배와 네 배에 해당하는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어떤 랫트들은 방사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병리학자들은 랫트의 신체를 면밀히 검토하여, 두 가지 종류의 희귀암을 발견했다. 하나는 뇌종양의 일종인 악성 신경아교종(glioma)인데, 휴대폰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랫트의 2~3%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하나는 심장의 슈반세포(Schwann cell: 신경초세포)에서 발생한 종양으로, 휴대폰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랫트의 2~6%에서 발견되었다. 휴대폰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은 랫트들의 경우 두 가지 종양이 모두 발견되지 않았으며, 암컷 랫트들의 경우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부분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신경아교종과 청신경초종(acoustic neuroma)에 걸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 청신경초는 이번 연구에서 심장종양이 발견된 세포(신경초세포)와 동일한 세포이기 때문이다"라고 부처는 말했다.

심장종양에 관한 데이터는 가장 명확해 보인다. 왜냐하면 고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랫트들일수록 암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군의 암 발생률은 다른 실험의 대조군들보다 훨씬 더 높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뇌종양의 경우에는 방사선 용량이 증가해도 암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험군의 암 발생률은 다른 실험의 대조군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두 가지 종양 모두, 실험군에서는 비정상 세포들이 발견되었지만, 대조군에서는 비정상 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사항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결과는 설득력이 높지만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내부적인 논의에서, 70~80%의 참가자들은 '무선주파수방사선(RFR: radio frequency radiation)과 종양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이게 보편적인 결론은 아니다"라고 부처는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회의를 품는 전문가들도 많은데, 그중 한 명은 미 국립보건원 산하 외부연구청(Office of Extramural Research)의 마이클 로어 부청장이다. 심장 전문가로서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논평에서 "연구에 사용된 동물의 수가 비교적 부족하여 위양성 결과가 나왔을 수 있으므로, 나는 저자들의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번 연구에 사용된 동물의 수는 평상시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2. 불확실한 메커니즘

오늘날 휴대폰 사용자들은 불확실성으로 특징지어지는 과학계에 직면하고 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는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그룹 2B」인 '인체 발암 가능물질(possible carcinogen to humans)'로 규정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휴대폰 방사선이 신경아교종 및 청신경초종과 관련되어 있다"는 역학연구에 부분적으로 기초한 것이다.

참고로 「그룹 2B」란, '동물에게는 발암성과 관련된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사람에게는 발암성 증거가 불충분한 것', 또는 '동물에서는 충분한 증거가 없으며 사람에서도 제한된 증거만 있는 것'을 의미하며, 어떤 경우에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발암성 증거가 충분하지 못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참고 3)

IARC의 발암물질 분류
IARC의 발암물질 분류

출처: http://monographs.iarc.fr/ENG/Classification/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휴대폰 등에서 생성되는 비이온화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이 어떻게 암을 초래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비이온화방사선은 에너지가 불충분하여 원자로부터 전자를 떼어낼 수 없으므로, 세포를 손상시킬 잠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FDA는 성명서를 통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휴대폰이 발암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제한적 증거가 발견되었으며, 지금껏 발표된 과학적 연구의 대다수는 휴대폰을 어떠한 건강문제와도 관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휴대폰업계를 대표하는 CTIA(Cellular Telecommunications & Internet Association)도 성명서를 발표하여, "휴대폰에서 사용되는 무선주파신호(radio frequency signal)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선행연구결과를 감안하여, IARC의 보고서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보고서를 발표한 NTP의 연구자들의 입장은 전과 달리 단호하다. 그들은 "휴대폰 방사선이 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즉, 존 부처에 의하면, "소규모의 부수적인 실험에서, 90일간 잔향실에 있었던 마우스와 랫트 80마리의 조직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높은 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랫트 중 일부에서 암과 관련된 DNA 손상이 더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부처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에서, 휴대폰 방사선은 DNA를 손상시키거나, 통상적인 DNA 복구과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결과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미발표 논문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3. 쥐들은 사람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번 보고서와 관련된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동물을 이용한 대조실험 결과를 '휴대폰을 머리에 들이대고 걸어다니는 인간'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부처에 의하면, 여러 기관들이 논의하고 있는 이슈는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여러 과학자 그룹은 동물실험에서 임상시험으로 도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5개 유럽국가의 과학자들은 약 30만 명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휴대폰 사용습관을 추적하는 동시에(참고 4), 두통과 수면장애는 물론 암, 신경질환, 심장질환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환경역학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in Environmental Epidemiology)에서는 10~24세의 뇌종양환자 903명과 건강한 사람 1,800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습관을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참고 5). 이상의 두 가지 연구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처럼 관련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NTP의 보고서가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포괄적인 동물실험 결과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NTP의 보고서는 휴대폰 방사선의 영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를 첨가했다"라고 UCLA의 조너선 사멧 박사(역학)는 말했다. 사멧 박사는 IARC의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으로, 휴대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멧 박사는 NTP의 이번 보고서가 후속연구에 불을 지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유아기에서부터 환경을 통해 노출되는 방사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장비를 통한 방사선 노출의 허용수준(acceptable level)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biorxiv.org/content/early/2016/05/26/055699
2. http://microwavenews.com/news-center/ntp-cancer-results
3.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6401
4. http://www.ukcosmos.org/index.html
5. http://www.crealradiation.com/index.php/en/mobi-kids-home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5/questions-abound-after-study-links-tumors-cellphone-radiation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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