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옥 집사, 삶이란 산악자전거 타는 거 마냥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 소개 >

• 김종옥 씨

• 1942년생. 산악자전거 마니아, 자원봉사자, 노후개척자

문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분과 인터뷰 하겠습니다. 76세의 산악자전거 마니아이신 김종옥 씨를 모셨습니다.

1. 올해 연세가 76세이시라고 하셨죠. 지난 날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저는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6.25 전쟁을 겪으면서 학교를 띄엄띄엄 다녔죠. 학업을 계속하고 싶었으나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직도 학업에 한이 있죠. 경기도 안성군 대덕면이라는 곳에서 태어나서 1962년쯤인가, 제가 25살 때 쯤 결혼을 했죠. 남편과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6남매를 두었어요. 예쁜 5명의 딸을 낳고 막내로 아들을 낳았어요. 유교가 강한 집안이어서 정말 많은 제사를 모셨답니다.

2. 산악자전거를 타신다면서요? 언제쯤부터 타시게 된 건가요?

제가 60살 쯤 됐을 때 배우게 됐어요. 참석하는 모임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산악자전거를 타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분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배우게 됐습니다.

3. 산악자전거가 듣기에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데요, 탈만 하신가요?

처음에 산악자전거를 탈 때에 저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엄두가 안 났죠. 저희 집이 언덕 위에 있는 집인데요, 거기에서 도로까지 내려오는 데도 제대로 탈 수가 없는 실력이었죠. 그러나 차근차근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몸에 익더라고요. 또 몇 달이 지나니까 이제는 자신이 붙고 겁도 없어지면서 탈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주 쉬운 일이 됐죠.

4. 산악자전거로 수많은 메달과 상장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참 대단하십니다. 기억에 남는 대회 좀 소개해주세요.

제가 그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상도 받고 메달도 땄어요. 그 중에서 기억 남는 것은 68세쯤에 참여했던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종주’였습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눈물을 참고 끝까지 도전해서 완주했어요. 저와 같이 갔던 산악자전거 멤버들 중 많은 분들은 포기하고 싶었는데 나이 많은 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니까 제 욕을 하면서 제 뒤를 따라와 완주한 사람도 있을 정도였죠.

또 제주도만 해도 17회 정도 종주를 했습니다. 비행기로 갈 때는 자전거를 분해해서 실어야 했고요, 배로 갈 때도 많았습니다. 산악자전거를 탈 때에 어깨에 자전거를 메고 올라가야 할 때도 많은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갑니다.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기분은 아주 좋습니다. 위험해보일지 모르지만, 기초를 탄탄히 한 사람들은 안전하고 즐겁게 타고 내려올 수 있죠.

5.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으세요?

왜 없겠어요. 산을 탄다는 것,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엇인가 도전하고 완성한다는 것이 삶의 엄청난 쾌감을 줍니다. 저는 산을 올라갈 때 포기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마음속으로 ‘나는 꼭 해낸다’ 라는 생각을 하며 올라갑니다. 집념이 강한 것으로는 이쪽에서 제가 유명하죠.

어렸을 적에 배우지 못한 한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7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예전 못지않습니다.

6. 자전거는 혼자 타는 운동인데, 좀 고독하진 않나요?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자전거는 혼자 타는 것이면서, 함께 타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마 혼자만 탔다면 제가 도전했던 수많은 산들을 올라가지 못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함께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낼 수 있는 것이죠.

임진각에 올라갈 때가 있었는데요, 60-70대 노인들이 약 700명 정도가 같이 갔죠. 서로 밀고 땡겨 주면서 ‘으샤으샤’ 하니까 모두가 다 같이 힘을 내서 그곳에 올라가게 됐죠. 아마 혼자라면 많은 사람들이 포기했을 겁니다. 따로 하면서 또 같이 하는 ‘따로 또 같이’ 정신이 살아가는데도 정말 중요합니다.

7. 그런데 산악자전거만큼이나 자원봉사도 정말 열심히 해서 올해는 1,000시간 자원봉사상을 받으신다면서요?

제가 노년이 돼서 이렇게 내 몸만 간수하면서 사는 것보다 누군가를 도우며 살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70이 다 된 나이에 봉사할 것들을 찾았죠. 그러다 찾게 된 것이 교통봉사였습니다. 구리사거리 한양대병원 앞에서 유니폼을 입고 교통안전지도를 합니다. 또 한양대병원에서 돕는 활동도 하고요, 동구릉에서는 아침 일찍 가서 쓰레기 줍는 봉사도 해요. 최근에는 <전래전통놀이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지도하러 갑니다. 순수하게 섬기는 봉사지요. 봉사를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시간이 가지요. 또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참 감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4가지의 봉사를 한꺼번에 하다보면 정말 바쁩니다. 그러나 삶에는 에너지가 생깁니다. 더 할 수 있는 봉사가 있으면 더 하고 싶어요.

8. 아, 그렇군요. 산악자전거와 자원봉사라... 참 멋있습니다. 살아오시는 데에 좀 여유가 있으셨나봐요.

그럭저럭 잘 살아온 편이죠. 그러나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절도 많았습니다. 제 인생을 돌이켜보니 7번의 좋은 일과 3번의 나쁜 일이 기억이 나네요. 물론 수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제가 젊었을 때는 사는 게 괜찮았어요. 아이들도 잘 크고 살림도 좋았죠. 그래서 제가 항상 부유하고 잘 살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일도 꽤 많았어요. 형편이 어려울 때는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공장도 다니고, 파밭에 가서 일도 하고, 보험회사도 다니고, 초등학교에 급식도 납품했죠. 삶이란 산악자전거 타는 거 마냥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즐겨야지 어쩌겠어요.

9. 신앙생활은 좀 느지막하게 하셨다면서요?

네. 본래 불교 집안이라 제사도 많았어요. 그런데 우리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다니더라고요. 외국에 유학 가 있는 자녀들 집에 방문할 때 가끔 교회 쫓아가기도 하기도 하다가 자연스럽게 아이들 따라 교회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교회 생활과 신앙생활이 너무 좋아요.

초신자일 때에는 말씀을 열심히 읽었지만,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사실 기도도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기도인지도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기도법으로 기도한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기도문을 3번 외우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저녁에 또 3번 주기도문을 외우며 기도하죠.

10. 76년을 사셨는데요, 인생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근성입니다. 근성이 있어야 돼요. 마음도 착해야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하고, 학업도 충실해야 하죠. 그 모든 것들을 해내려면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그냥 되지 않습니다. 해내겠다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해야 되죠. 근성이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 꼭 해내게 되어 있습니다.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근성이 있으면 결국은 목표한 곳에 이를 수 있죠.

11.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면 무엇이 좋은가요?

자전거를 타다보면 마음이 넓어집니다. 정말로 마음이 넓어지죠. 남녀노소를 떠나서 함께 타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됩니다. 굽이굽이 올라갈 때에 너무 힘이 들고 어렵지만, 마음을 다잡고 힘을 다해 올라가다보면 어느샌가 정상에 서게 되죠. 그 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오고가는 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한강변을 달릴 때 보이는 강이며, 꽃이며, 나무며, 새들도, 물고기도 다 보이죠. 정말 정말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도 도전해보세요.

M's 수첩

김종옥. 76세. 산악자전거. 자원봉사. 5녀 1남. 이런 것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한 보스를 만난 것 같았다. 대장부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가 좋은 시절에 다시 태어났다면 분명 한 시대를 주름잡았을 것이 분명하다. 작은 키와 몸매지만 그는 대단히 큰 사람이었다.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프다며 엄살을 피워도 아무렇지 않을 나이에 산악자전거라니. 거기다가 한 마디 하라고 했더니 ‘근성’ 이라니...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이렇게 멋있는 말이 있었단 말인가. 76세의 할머니 김종옥이라는 사람 입에서 ‘근성’이라는 말을 듣다니. 젊디젊은 청춘들도 다 잃어버린 말 아니던가. 나라를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자기 자신을 탓하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믿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서 세상에 덤비라고 하다니. 그것도 76세 먹은 한 여인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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