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창세기 24장을 읽어보라고 말했죠

인터뷰 일시 : 2017년 2월 5일 오후 2시

■ 인터뷰어 : 문득현 목사

■ 인터뷰이 : 박미진 (1979년. 박미진. 보험설계사(메리츠), 1남1녀 중 장녀)

날이 풀리는 어느 날, 아름다운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시켰다. 커다란 창 너머 하늘을 보며 인터뷰를 준비한다.

1. 안녕하세요, 박미진 씨. 결혼하신지 얼마나 되셨죠? 잊어버렸는데 어떻게 만났다고 하셨더라...

이제 10개월이 다 되어가나 봐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 상사 분께서 좋은 남자가 있다고 소개를 시켜주셨죠. 저는 사실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면 그 분을 만나 결혼해야겠다고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런 만남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남에 응했습니다.

2. 지금의 남편을 말씀하시는 거죠? 첫 인상은 어떠셨어요?

네, 지금의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는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도 마음의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뜸하게 지냈죠. 그러다 어느 날 마음속에 이 남자를 놓고 기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을 작정하고 직장 근처에 있는 교회 기도실에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찾아가서 기도했습니다. 일주일을 다 기도하고 나니, 마음에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3. 남편 분이 좋으면서도 당황하셨겠는데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의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이 저에게 물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교회는 잘 다니냐, 말씀은 잘 읽냐, 신앙생활은 잘 하냐... 보통 남자들이 여자에게 이런 질문을 잘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저에게 그런 질문들을 했답니다. 저와 뭔가 다른 사람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 정도 남자면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기도했고, 그래서 연락을 했습니다.

4. 만나서 무슨 말씀을 하셨대요?

연애를 위한 만남은 저희 나이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제가 지금의 남편에게 창세기 24장을 읽어보라고 말했죠.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남편은 모르긴 몰라도 밤새 수십 번은 읽고 또 읽은 것 같아요.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날 거라면 만나자.” 창세기 24장은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아내를 찾아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가서 극적으로 리브가를 만나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하면, 날 만날 거라면 하나님이 정해주시는 배필로 알고 청혼부터 하라는 말이 담겨 있는 말씀이죠.

5. 정말 재미있는 연애담입니다. 듣다 듣다 이런 거룩한 연애담을 다 듣네요. 그래서 그 다음에 이 연애담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입니까?

지금의 남편도, 저도 우리의 만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서로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미룰 것 없이 결혼 준비를 차근차근 하자고 약속했죠. 그러면서 연애를 했습니다. 그 때 남편 나이가 39세, 제 나이가 37세이니까 그렇게 하는 게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가정을 꾸리는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결혼예비학교에 등록해서 같이 공부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죠. 그랬더니 그 날 바로 남편이 등록금을 보내고 접수를 해버렸더라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몇 주 동안 계속되는 교육과 세미나였지만 결혼예비학교는 정말 유익했습니다. MBTI, 심리분석을 통해 서로의 성향을 알 수 있었고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실제 결혼 생활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6. 그래서 남자하고 살아보니까 어떻습니까?

어른들이 말하기를 결혼하면 애완동물 하나 더 키우는 것 같다고 하시던데 정말 그런 면이 있더라고요. (웃음) 어릴 때 어머니가 절 챙겨주시던 만큼 이제 저도 남편을 챙겨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든든한 내 편, 내 남자가 있다는 것만 해도 아주 포근하고 좋습니다. 저희 남편은 별명이 ‘남아일언중천금’이에요. 한 번 말한 것은 꼭 지킨답니다. 대충, 적당히 말하고 넘기지 않는 남자라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책임감도 강하고 신앙생활에도 열심을 내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참 감사합니다.

7.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도하고 실제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저절로 자기 앞에 짠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준비하면서 또 기도하면서 그러면서 만남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연애담, 결혼담은 아주 잘 들었습니다. 여기 제출한 서류에 보니까요, 재미있는 게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직업이 보험설계사인데 여기에는 부업으로 적혀있네요? 왜 부업이라고 적었습니까?

네, 제 직업이 보험설계사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주업이 보험설계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전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도하기 위해서 부업으로 보험설계사를 하는 것이죠. 한 선지자가 천국에 갔는데요, 가서 더 할 일이 있다고 문을 안 열어 주더랍니다. 이 사람이 깨닫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서 복음을 전하고 하늘나라에 가서 “전도자가 왔습니다” 라고 하니, 천국 문이 열리더래요. <소원>이라는 찬양 가사처럼 ‘삶의 한 절이라도 주님을 알기 원하네’ 저의 인생을 바쳐서 전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9. 우리 미진 씨가 생각하는 전도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일터에서나, 친구들에게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이죠. 또 성도와 목회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전도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모두 다 전도에요. 지금도 틈이 날 때마다 주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말씀과 묵상 메시지를 적어서 문자로 보냅니다. 싫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그 사람도 예수님을 영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형태의 전도를 계속 하고자 합니다.

10. 보험설계사를 계속 하셨나요? 적성에는 잘 맞습니까?

아니요, LG나 CJ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하다가 조금 느지막하게 보험설계사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다 보니 저에게 아주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옛날에는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그냥 끊어버렸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프셔서 수술과 입원으로 병원 신세를 많이 지셨거든요. 그 때 보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보험이 실제로는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시작할 때는 아무래도 생소한 분야니까 쉽지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빨리 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보험가입을 자원하는 분도 계시고요, 짧은 경력에 비해 여기 저기 강의도 하고 다닙니다. 일종의 자영업이다보니 개인 시간을 빼기도 용이한 측면도 있어요. 직장 신우회도 잘 가고 가끔 일하러 갔다가 교회 기도실에 들르기도 편합니다.

11. 어머니가 편찮으셨다고요?

네, 저희 집안에 형제가 셋인데요, 어머님이 몸이 아프셔서 수술도 여러 번 하셨죠. 어머니의 부재를 채우는 것은 맏이인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지만 제 힘을 다해서 어머니의 부재를 채우고자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아픈 어머니의 자리를 채워야한다는 현실과 그러나 그 자리를 도저히 채울 수 없다는 실제 속에서 저는 성장기를 보냈어요. 이것이 저의 작은 출애굽기입니다. 무신론자였던 아버님께서도 몸이 불편하셨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을 많이 못마땅해 하셨는데요, 세월이 지나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서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신앙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고난이 유익이 된 것이죠.

12. 신혼생활, 신앙생활, 직장생활 모두 신앙으로 이겨내고 신앙으로 살겠다는 그 다짐을 거리낌 없이 늘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사람이라 아직도 너무나 부족합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다만, 저희 같이 부족한 사람도 이렇게 평범하지만 신앙 안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어 기쁩니다. 만남의 문제, 직장의 문제... 앞에 있는 젊은 청춘들이 기죽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며 계속 전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M's 수첩

결혼식에서도 봤다. 6개월 전에도 봤다. 3개월 전에도 봤다. 오늘도 봤다. 그런데 이상하다. 볼 때마다 사람이 달라져 보인다. 보면 볼수록 더 아름답다. 더 지혜롭다. 더 성숙하다. 호기심이 들어 연애담이나 듣자고 질문을 시작했는데 모든 질문의 끝에는 믿음과 사명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부부 둘이서 매일 성경말씀을 3장씩 읽는다고 한다. 이런 신혼부부가 있다니. 이들은 정말 한국에서 진짜 이삭을 낳고야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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