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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은 면역계를 속여 외부의 침입자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증식·전이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자들은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공격하도록 만들기 위해 온갖 묘책을 동원해 왔으며, 그중에는 암조직을 세균에 감염시키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살모넬라균을 변형하여 (마우스에게 이식된 인간 암세포에 대한) 강력한 면역반응을 촉발함으로써, 종양의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전이를 억제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만약 이 방법이 인간을 대상으로 인한 시험에서 검증될 수 있다면, 세균을 이용한 암 치료(bacterial cancer therapy) 분야를 한 단계 진보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빈틈 없고 엄밀한 연구를 수행했다"라고 플로리다 대학교의 감염병 연구자로서 세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의 선구자인 로이 커티스 3세는 논평했다.

세균은 종종 산소가 고갈된 괴사성 조직에 접근하는데, 대부분의 고형암에는 그런 조직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세균을 이용하여 암 조직을 쉽게 겨냥할 수 있다. 그런 방법 중에서 지금껏 미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한 가지(BCG를 이용한 방광암 치료법)뿐이며, 다른 방법들은 현재 살모넬라나 클로스트리듐 등을 이용하여 개발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종양은 아무리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재발하는 경향이 있으며, 세균 자체가 독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장(腸)살모넬라는 막대 모양의 세균으로, 대부분의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06년 한국 전남대학교의 연구진은 새로운 암 투사(cancer-fighting agent)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한국 해안에 서식하는 조개류를 감염시키는 비브리오패혈증균(Vibrio vulnificus)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던 중이었다. 연구진은 비브리오균을 갖고서 연구하던 중, 편모(flagellum: 수영에 사용되는 채찍 모양의 꼬리)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매우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들은 무독성 살모넬라티피무륨(Salmonella typhimurium)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플라젤린 B(FlaB)라는 단백질을 분비하게 만들었다.

이번 연구에서, 전남대 의대의 민정준 교수(핵의학교실)와 이준행 교수(미생물학교실)가 이끄는 연구진은 변형된 살모넬라균이 암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했다. 그중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인간 결장암(colon cancer)에 걸린 20마리의 마우스에게 변형된 살모넬라균을 주입했다. 그로부터 3일 후, 마우스의 간, 폐, 비장에서는 세균이 사라졌지만, 결장의 종양조직에서는 살모넬라균이 득실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20일 후, 20마리 중 11마리의 마우스에서 종양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 마우스들은 실험기간 동안 건강을 유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조군 마우스(FlaB를 분비하지 않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마우스)는 암에 굴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문기사 바로가기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2/scientists-turn-food-poisoning-microbe-powerful-cancer-fighter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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