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예장합동 제84회 총회에서는 사순절을 절기로 지키지 않기로 결의

김에스더 미국지사장, 뉴욕퀸즈교회 목사
갈 4:8-9 그러나 너희가 그 때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여 본질상 하나님이 아닌 자들에게 종노릇 하였더니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뿐더러 하나님의 아신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한 초등 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저희에게 종노릇 하려 하느냐?
 
권위가 있는 것과 권위주의가 다른 것처럼,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지키는 것과 율법주의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을 지나다가 배가 고파서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비어 먹는 것(마 12:1, 눅 6:1)과 또 손을 씻지 않고 떡을 먹는 것(막 7:1-5)을 바리새인들이 보면서 비난한 사건이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장로들의 유전'에는 안식일에 하면 안되는 것이 39가지나 있는데 거기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 39가지는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법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가라사대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유전을 지키느니라. 또 가라사대 너희가 너희 유전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 저버리는도다"(막 7:6-9)
 
우리는 세상의 법을 지키듯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만약 사람이 만든 법과 하나님께서 주신 법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법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원죄를 갖고 태어난 죄인들은 자꾸만 자기가 하나님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은 무시하고 자기들이 법을 만들어서 그 테두리 안에 사람들을 가두어놓으려고 한다.
 
예수께서는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고 하시면서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7-18)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영접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율법을 안 지킬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율법을 지킨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예수께서 이미 율법을 완성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자기를 부인하고 죽었을 때에 우리 속에 계신 예수께서 살아나시므로 그분께서 율법을 이루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직을 맡고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서도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지 않았다면, 율법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척 힘쓰고 애써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노력을 해도 결코 지킬 수 없는 것이 율법이며 의인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율법 자체이시며 의이시기 때문이다. 그분이 우리 안에 충만히 즉 주인으로 거하시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들이 만든 율법을 지키고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행하느라 율법주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행함으로 구원을 얻으려는 자들은 모두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행함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다(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으면 저절로 열매를 맺는다). 행함으로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것(가지가 나무에서 떨어진 상태에서 열매를 맺으려는 것)은 말도 않되는 것으로, 이는 세상의 수많은 종교인들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고행을 하며 선을 행하려고 애를 쓸지라도 구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세상의 수많은 종교가 얼마나 선을 행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가! 그러나 그들이 행하는 선은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가 스스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므로 결코 구원에 도달할 수 없다. 아무리 애써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다른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하였더라"(행 4:12)
 
우리는 배가 고프면 자동적으로 식사를 한다. 배가 몹시 고픈데, 하루에 필요한 영양가와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먹는 사람은 없다. 식사를 하다보면 자연히 영양분이 온 몸에 공급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주인으로 계시면 율법의 행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어떤 율법을 행하면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따지면서 지키지 않는다. 지키려고 마음을 먹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 시간이 되었고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저절로 행해지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율법이 저절로 행해지지 않고 행하기가 어렵다면, 그는 아직도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정욕을 십자가에 못박지 못했고, 자신을 부인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를 나의 주인으로 정말 모셨다면, 힘들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이지, 밥을 먹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밥을 먹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 자연스럽게 먹어야 할 밥 이외에 정크푸드가 너무나 많이 들어와서 교회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정크푸드에 입맛을 빼앗긴 혀는 밥맛이 없어서 밥을 먹을 때마다 반찬투정을 한다. 그리고 정크푸드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아서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즉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이 과거에는 꿀송이처럼 달았는데, 세상적인 정욕과 탐식이 하나님의 율법을 즐거워하지 못하게 하고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순절이란 절기이다. 성경에 사순절이란 절기는 없다. 그런데 교회는 성경에도 없는 절기를 만들어 지키며 성도들에게 그 기간동안에는 고기도 먹지 못하게 하며 의복도 어두운 색깔을 입으라고 한다. 만약 고기를 먹거나 밝은 옷을 입고 즐거워하면 무슨 큰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하며, 믿음이 없는 자로 낙인을 찍는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하나님에 대해 무식하기 때문에 참된 하나님의 자녀를 죄인 취급하는 일들이 교회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가슴을 칠 노릇인가!
 
지난 1998년 대한예수교 장로회(합동) 제83회 총회 보고서에는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킬 것인가?'라며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것은 마땅치 않는 일'이라고 했다.(제 83회 총회 보고서 p.369-420)
 
이듬해인 1999년 9월에 있었던 예장합동 제84회 총회에서는 로마 카톨릭에서 만들어낸 사순절을 개신 교회에서 절기로 지키지 않기로 결의했다. 제84회 총회보고서에 실린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순절 문제에 대한 예장합동 제84회 총회 보고서 

1. 사순절은 부활절 전날 밤까지 40일간 이어지는 로마교회가 정한 행사이다. 
이 40일간에 로마교회는 금식을 하고 금식을 권장하고 또 음식을 제한해서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사육제를 하고 고기를 많이 먹은 후, 고기 양을 점차 줄여가다가 고난 주간과 특히 금요일에는 완전히 고기를 금지하였다. 

2. 종교개혁은 사순절을 완전히 폐지하였다. 
특히 칼빈은 사순절이 미신적으로 시행되고 공로를 세우며 금식이 하나님께 예배가 된다고 주장하고 실행하였기 때문에 완전히 폐지하였다(칼빈, 기독교강요 IV. 12). 

3. 칼빈은 사순절 기간에 금식은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하였다. 
금식을 열심히 준수하면서 거짓되고 유독한 의견으로 부패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금식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제시하였다(강요 IV, 12, 19). 
하나님도 마음의 변화 없이 금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성경대로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외식적인 금식은 가장 큰 혐오라고 제시하였다. 또 금식을 의무인 것처럼 엄격하게 지킴도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강요 IV, 12, 20).  
4. 칼빈은 사순절을 미신적으로 지킴이 널리 퍼졌다고 개탄하였다. 
그리하여 사순절을 지킴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착각하였고, 예수의 모본을 따르는 것으로 여겨 연례적으로 행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주님은 모범을 위해 금식하지 않고 복음 선포의 장비로만 금식하였다고 칼빈은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주님이 반복적으로 금식하지 않았고, 구약에서 모세가 금식하였지만 선지자들이 그 모본을 따라서 금식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강요IV, 12, 20). 
5. 사순절 기간에 로마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최고 예배가 고기를 금하는 것으로 여겨 고기는 금지시키고 다른 단 것들을 사제들과 평신도들이 먹었다. 오히려 더 성대히 고기와 다른 음식을 먹기 위해서 금식하였다고 칼빈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금식이 폐지되었다고는 칼빈이 결코 말하지 않고 재난의 때를 위해 기도할 때에 할 것으로 말하였다(강요 IV, 12, 17). 

6. 우리 교회가 이 사순절을 교회의 경절로 채택하여 지키기로 하면, 우리도 로마교회처럼 사순절 기간에 금식을 해야 하고 또 고기를 그 기간에 먹지 않게 되며, 그러면 고기 먹는 것을 위해 사육제를 열 것이다. 그래서 많이 먹고 점점 줄이다가 완전히 금하는 일을 할 것이다. 

7. 긴 40일간에 걸쳐서 사순절 금식과 고기 금지 등을 하고 철야를 하게 되면, 신자들이 이런 경절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므로 양심이 심히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사에 참가하면 정상적인 사업과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참으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형식이 되고 외식적이 되어 로마교회처럼 절기를 지키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8. 사순절을 교회의 경절로 받아들여 지키게 되면, 로마교회가 지키는 많은 다른 교회 경절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강절, 주의 현현절, 삼위일체 주간 등등 참으로 많은 절기들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9. 이렇게 사순절과 다른 절기들을 로마교회의 습관대로 지키게 되면, 많은 신자들이 혼란을 겪게 되고, 마침내 이럴 바에는 이 모든 것의 원형이며 모(母)교회인 로마교회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결론

종교개혁이 폐지한 사순절을 우리 한국교회가 로마교회로부터 받아서 부활시키고 지킬 필요가 전혀 없다. 
사순절은 우리 한국교회가 교회 경절로 받아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고난주간을 오래도록 지킴으로 주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을 은혜롭게 시행해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제84회 총회 신학전문위원회
위원장 김 종 석  
​서 기 이 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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