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부르는 사부곡 - 장례예식 추모의 글

이 글은 정우성 목사(남가주 Light and Salt Community Church)의 부인인 정한나 사모가 시부(媤父)인 故 정원섭 목사 장례예식에서 낭독한 추모사입니다. 故정원섭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주님의 성품과 주의 종으로서의 매우 구체적인 생활상은 한국의 목사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본지는 유족의 허락을 얻어 며느리 한나정 사모의 추모의 글을 게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참조하여 신앙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추모의 글>

사랑하는 아버님! 저 예은 엄마예요.

아버님 가시던 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4시간 반 동안을 함께 하며 서류에 사인도 하시고, 예배도 드렸었는데, 2시간 후에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실려 가셔서 그렇게 갑자기 서둘러 천국으로 달려가셨는지...아직도 아버님과의 이별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주일 만에 고요히 누워계시는 아버님을 이곳에서 다시 뵈오니 이 땅에서는 마지막이란 사실에 가슴 속 우물이 철렁거립니다.

주님의 크신 은혜로 아버님의 며느리가 된지도 만 29년이 지나갑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다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어리고 철없던 며느리에게 아버님은 많은 사랑을 베푸셨던 귀한 분이셨습니다.

아버님 은퇴하시고 미국에 오셔서 노인아파트에 입주하시기 전까지 3년 반 동안 아버님을 모셨던 시간들이 저희에겐 축복이었습니다. 그 때, 셋째를 임신하여 심한 입덧으로 고생할 때였지요. 아버님께서 손수 청국장을 끓이셔서 이층에 누워있던 제 방으로 식사를 챙겨주셨고, 빨래와 청소까지 거의 8개월 동안 저희 집 살림을 기쁨으로 도와주셨던 큰 사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갓난 예진이를 우유도 먹여 주시고, 찬송도 불러 주셔서 아버님 품에만 안기면 새록새록 잠이 들었던 예진이, 아버님께서 얼마나 예뻐해 주셨는지요! 그 예진이가 할아버지를 뵈려고 어제 뉴욕에서 달려왔답니다.

큰 아이들 어릴 때 아버님께서 매일 한글을 가르쳐주셨고, 부지런함과 규칙적인 삶으로 모범을 보이셨던 아버님! 시간을 정하셔서 매일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가르쳐주신 덕분에 여섯 자녀들이 한글도 잘 하는 2세로 건강하게 잘 성장했습니다.

틈틈이 시간 나실 때마다 성경을 읽으시고 연구하셨던 아버님은 제게 큰 스승이셨습니다. 한학에 능통하셨던 아버님께서 제게 한문으로 성경을 가르쳐주셨지요. 그 귀한 가르침은 육남매를 신앙으로 양육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한문을 그려가며 효에 대하여, 하나님의 사랑에 대하여 아버님께 배운 말씀들을 틈틈이 가르쳤습니다.

" 언제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얘기해라, 내가 얼마든지 가르쳐 줄께~" 아버님의 해박하신 지식과 깊은 말씀의 깨달음들은 부족한 저에게 빛이 되었습니다.

2010년, kingdom dream academy를 시작했을 때, 마음껏 축복하시며 응원해주셨던 아버님은 제게 늘 든든한 응원자셨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한주도 빠짐없이 달려오셔서 학생들에게 한문으로 성경을 가르쳐주셨지요!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에게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공경하는 것임을 철저하게 심어 주셨고, 아버님의 성실하신 사랑의 가르침을 통하여 많은 자녀와 가정들이 회복되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부족한 며느리를 사랑해주셔서 늘 최고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 올려주신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무엇이든 좋은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셨고, 제가 섬겼던 작은 사역들에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로 축복해주셨던 사랑의 아버님이셨습니다. 한국일보에 제 칼럼이 올라오면 아침 일찍 반갑게 전화를 주시고, 손수 오려 놓으셨던 자상하신 아버님...아버님은 최고의 격려자이셨습니다!

매년 1월 1일, 여섯 자녀를 데리고 세배하러 아버님 댁을 방문할 때마다 밤새 끓여 놓으신 진한 소고기 국물에 양파를 삶으셔서 보약 떡국을 손수 준비해 놓으셨던 아버님! 몸이 약한 며느리를 배려하셨던 그 깊은 사랑에 늘 몸둘 바를 모를 송구함 뿐이었습니다! 그 보약 떡국을 먹고, 아버님의 명강의를 들으며 믿음으로 자란 육남매의 효도를 받으셔야하는데, 죄송함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버님께서는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늘 베푸시는 선한 손이셨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보면 아낌없이 베푸셨고, 나누셨던 사랑으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선한 섬김은 천국수첩에 빼곡히 기록되어 있겠지요?

지난 며칠 동안 아버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습니다. 얼마나 말씀을 사랑하셨는지 틈틈히 연구 하시며 공부하셨던 수많은 책과 자료들, 겸손함으로 이수하셨던 셀 수 없는 세미나 수료증들,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공부하신 빼곡한 단어장과 연습장들, 수지침과 한의학 전문서적들에 담겨있는 아버님의 땀과 노력의 흔적을 보면서 평생 학습하시고, 연구하시며, 도전하셨던 성실함과 열정들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어떻게 평생을 그토록 한결같이 사셨는지요! 깨끗하시고 정결하신 아버님의 삶을 닮고 싶습니다.

그렇게 건강하셨던 아버님께서 작년 5월 9일, 중풍이 시작되셔서 만 9개월을 병상에서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님의 투병기간이 축복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거의 매일 아버님과 만나 뵈면서 참 많은 기도와 눈물, 간절한 사랑이 곱해졌기 때문입니다.

매주 주일예배가 끝나면 아이들과 아버님을 뵈었던 시간들 속에서 아버님의 손주사랑과 기도가 손끝에서 가슴으로 진한 사골국물처럼 흘러 넘쳤습니다!

종종 아버님과 좀 더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려고,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자랑, 장기 자랑을 했었지요. 그 때마다 아버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힘껏 박수도 치시면서 " 야~ 최고다! 정말 잘한다!" 하시며 엄지도장을 꾹~눌러주셨던 백만 불짜리 미소가 여섯 자녀들에게는 하늘 날개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정복하고 다스리는 믿음의 자손으로, 아버님께서 삶으로 보여주신 "보약사랑" 먹은 힘으로 잘 자랄 것입니다. 아버님께서 늘 말씀해 주셨던 귀한 교훈과 가르침대로 더욱 주님을 사랑하며 기도하겠습니다.

금은 고통도 아픔도 없는 아름다운 천국에서 이 편지를 들으시겠지요? 천국에서 다시 뵈올 때까지 주님의 품에서 여전한 응원기도 많이 부탁드릴게요.

아버님 사랑합니다! 깊고 귀한 사랑...너무 감사했어요!

아버님...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2017년 2월 10일, 아버님 계신 천국문턱을 바라보며, 아버님께 큰 사랑 입은 행복한 맏며느리, 한나가 드립니다.

< 정원섭 목사 약력>

1926년 4월 21일, 아버지 정일동씨와 어머니 이일선씨의 7남매 중 차남으로 3대째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1955년 9월 11일, 윤덕희씨와 혼인하여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다.

서울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광나루 장로회신학교, 총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50세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서울 화평교회를 개척하고, 대현교회를 담임하여 시무하다가 70세에 은퇴하여 1996년 12월에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평신도로 출석하다가 2006년 12월 엘에이 사랑의 교회 개척과 함께 충성스럽게 교회를 섬기었다. 2016년 5월 9일, 중풍으로 투병 중에 2017년 2월 2일, 오후 11시 10분에 그토록 사모하던 주님이 계신 천국으로 입성하였다.

<정한나 사모 프로필>

이 글을 쓴 故 정원섭 목사의 며느리 정한나 사모는 서울출생으로 1984년 미국이민, 남가주 Light and Salt Community Church (담임 정우성 목사)를 섬기며 이민목회 29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녀는 꿈땅비전센터 대표, 칼럼리스트, 시인, 가정사역 강사이며 6남매의 엄마이다. 동인시집으로 <나아드의 향유>, <아가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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