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우리가 물고기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노는 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_『물고기는 알고 있다』 양병찬 역316쪽

▶ 어린 시절 낚시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골 냇가에 홀로 앉아 대나무에 낚싯줄과 바늘을 대충 묶어 만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던 게 기억이 난다. 물론 잡아봐야 피라미나 손바닥만 한 붕어밖에 없어서 먹지는 못했다. 서울로 오면서 낚시는 거의 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어렸을 적 낚시하던 때가 가끔 기억이 난다.

오늘 마감을 한 책이다. 양병찬 선생께서 번역을 하셨는데, 책을 만들고 나니 그 옛날 제 손에 딸려왔던 물고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새와 더불어 멍청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동물, 감정은 물론 통증도 못 느끼는 냉혈동물, 그저 사냥감이나 식량으로 쓰이는 동물, 이런 타이틀을 단 물고기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물고기들은 과연 생각을 하는 것일까? 통증을 느끼는 것일까? 기억력은 정말 3초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대답하고 있다.

훌륭한 번역 덕분에 물고기들의 신출귀몰한 지각력을 기술하는 부분에선 무협소설을 읽는 듯했고,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들의 사회역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숨 막힐 정도로 인간사회와 비슷한 물고기들의 행동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을 때는 우리 인간들의 인간중심주의에 일격을 가하는 지은이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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