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생물학 집대성: 테오도르 로즈베리, 미생물학계의 훈남: 르네 듀보스

미생물학 집대성: 테오도르 로즈베리, 미생물학계의 훈남: 르네 듀보스

"르네 듀보스는 이미 명성을 날리던 훈남이었다. 델프트 학파의 생태학적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토양 미생물을 연구한 다음, 거기에서 약물을 분리하여 항생제 시대가 도래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듀보스는 자신이 분리한 약물을 ‘살균무기’가 아니라 ‘미생물을 길들이는 도구’로 간주했다. 심지어 나중에 결핵과 폐렴에 관한 연구를 할 때도, 그는 미생물을 적으로 삼는 것을 삼가고 군사적 메타포를 회피했다."

▶ 의학의 주변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치과의사, 피부과의사)은 각각의 장기(치아, 피부)에서 미생물생태학을 연구했다. 그들은 당시의 지배적인 미생물학에 대항하여 자신의 연구를 수행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학자들은 식물 미생물을 연구하고, 동물학자들은 동물 미생물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립되어 있었다. 미생물학은 여러 개의 작은 영지fiefdom로 분할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작은 노력들은 무시되기 십상이었다. 공생세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단합된 집단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분야의 정체성이 없었다. 공생의 기치 하에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여러 부분들을 하나의 커다란 전체로 집대성할 필요가 있었다.

1928년, 구강 미생물학자인 테오도르 로즈베리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해 총대를 메기 시작했다. 그는 30여 년 동안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샅샅이 수집했다. 그리하여 1962년, 조잡하고 가느다란 가닥들을 모두 엮어 하나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었다. 그것은 『인간 고유의 미생물』이라는 두꺼운 책으로, 그야말로 획기적인 업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기로, 이런 책을 쓰려고 시도했던 사람은 지금껏 한 명도 없었다. 사실, 미생물이라는 주제가 하나의 유기적 단위로 취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의 말은 옳았다. 그의 책은 상세하고 포괄적이고 선구적인 미생물학 서적이었다. 그는 각각의 신체부위 별로 흔히 서식하는 세균들을 매우 상세히 서술하고, 이러한 미생물들이 갓난아기의 몸에 자리잡는 과정을 설명했다. 미생물들이 비타민과 항생제를 생성하며, 병원균이 일으키는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항생제를 한 차례 투여한 후 마이크로바이옴이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만성적으로 사용하면 영구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의 말은 대부분 진실이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정상세균총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함을 지적하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책의 목표 중 하나는, 그러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로즈베리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의 종합synthesis을 계기로 하여, 비틀거리던 분야가 활력을 얻고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나왔다. 그의 전설에 힘을 보탠 과학자 중 한 명은 프랑스 태생의 미국인 과학자 르네 듀보스였다. 그는 이미 명성을 날리던 훈남이었다. 델프트 학파의 생태학적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토양 미생물을 연구한 다음, 거기에서 약물을 분리하여 항생제 시대가 도래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듀보스는 자신이 분리한 약물을 ‘살균무기’가 아니라 ‘미생물을 길들이는 도구’로 간주했다. 심지어 나중에 결핵과 폐렴에 관한 연구를 할 때도, 그는 미생물을 적으로 삼는 것을 삼가고 군사적 메타포를 회피했다. 그는 마음이 성숙한 자연애호가였으며, 미생물은 자연의 일부였다. 그의 전기를 쓴 수산 모베리는 이렇게 썼다. “그가 평생 동안 신조로 삼았던 것은 ‘생물은 모든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듀보스는 ‘공생자symbiont로서의 미생물’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가 그들에게 받은 혜택이 간과되어온 것에 실망했다. “미생물이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을 위협하는 위험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이 의존하는 생물학적 힘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썼다. “전쟁의 역사는 협동의 역사보다 늘 화려했다. 페스트, 콜레라, 황열yellow fever은 소설, 연극, 영화의 단골메뉴가 되었지만, 위胃나 장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용한 역할을 소재로 하여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든 사람은 없었다.” 그는 동료인 드웨인 새비지, 러셀 셰들러와 함께 미생물이 수행하는 역할을 연구했다. 항생제를 이용하여 고유종indigenous species을 제거해 보니, 그 동안 맥을 못 추던 열세종poor coloniser들이 득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균된 인큐베이터에서 사육한 무균쥐germ-free mouse를 연구해 보니, 수명이 짧고, 느리게 성장하고, 위장관과 면역계가 비정상으로 발육하며, 스트레스와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미생물 종들은 동물과 인간이 정상적으로 발육하고 생리활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그들은 썼다.

※ 출처: 에드 용, 『나는 미생물 군단이다』(가칭)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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