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sufficiency - 어떤 상황에 처하든 행복하고 감사한 태도

덕정감리교회 담임목사 · 2014년 6월 1일~현재 · 경기도 양주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다.
먼저 여학생들에게 20세기 초 위스콘신 대학이 있는 밀워키시(市)가 극도로 어려웠던 시절에 선조들의 생활환경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전신화상을 입거나 비극적 사고를 당해서 무서운 흉터가 생겼을 때를 상상하도록 했다.
그리고 상상하는 상황을 글로 묘사하라고 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난 뒤 학생들에게 현재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평가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에 따르면 학생들은 그 실험 이후에 자신의 삶을 실험 이전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게 느낀다고 평가했다.

뉴욕 주립대학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실험대상자들에게 ‘내가 ( )이 아니라서 기쁘다.’ 라는 괄호 쓰기 문장을 완성하라는 숙제를 냈다. 가령 '백수가 아니라서 기쁘다. 죄수가 아니라서 기쁘다. 환자가 아니라서 기쁘다. 고아가 아니라서 기쁘다' 등등 이 과정을 다섯 번 되풀이했다. 그런 후 실험 대상자의 삶의 질을 평가했더니 이전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휠씬 좋아졌다고 했다. 

같은 실험을 다른 대상자들에게도 했다. 이번에는 ‘내가 ( )이라면 좋을 텐데..’ 라는 문장을 완성하라고 했다. 가령 '백만장자라면 좋을 텐데, 멋진 미인이라면 좋을 텐데, 스트레스나 고난이 없다면 좋을 텐데' 등등. 이 같은 일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커다란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인데 어떤 것과 비교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바뀐다. 바울은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노라고 했다. 자족(自足, self-sufficiency)이란 '스스로 넉넉함을 느낌, 스스로 만족하게 여김'이라는 뜻이다. “자족”은 헬라어로 ‘아우타르케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모든 조건에 완전하게 맞출 수 있는 마음이다.

자족이란 억지로 상황에 힘들게 맞추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나 여건에서든지 완전하게 맞추며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자족(contentment)이란 현실에 안주하는 무사안일주의(complacency)가 아니다. 자족이란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 더 나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족이란 어떤 상황에 처하든 행복하고 감사한 태도이다. 

진정으로 자족하는 사람은 많은 돈을 벌고,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도 사서 기뻐하기도 하지만 설사 가진 것이 많이 없고 변변치 못한 직장에서 일을 할지라도 감사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보다 훨씬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족이란 행복이 처한 환경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자족할 수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지향점이 분명할 때 가능하다. 자족하는 삶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이다. 자족은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하는 삶이다. 자족하다는 것은 닥친 일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살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다.

오늘은 사순절 넷째 날이다. '나는 자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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