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한 해프닝을 보면서

김요한 새물결플러스 출판사 대표

"한국 개신교는 겉으로는 개혁주의, 복음주의, 자유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파나 신학과 상관없이 실제 목회 현장에서는 대체로 이런 구도와 맥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 반공/숭미= 새누리당 지지=신사도 운동=백투예루살렘운동= 젊은지구 창조론=긍정의 힘=왕의 재정= 도덕적 불감증= 반지성주의 등등 ]"

아주 짧은 문장 같지만 사실 이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상당한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가는 주제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한국 개신교의 일반적 상황을 보여주는 신앙적 흐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에서 진짜로 가르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사상과 문화들이 한국 개신교 안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목회자들이 신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며, 교회 성장과 교인 결속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출처나 족보와 관계없이 여기저기서 이것저것을 끌여다 교회에 소개하기 때문이고, 그 주제나 내용이 자극적인 헌신과 또한 명확한 세속적 성공을 보장해준다고 여겨지면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교인들의 정서와 관련이 깊다. 이런 문제들이 마치 칡뿌리처럼 땅속에서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기에 어느 한 가지를 해결한다고 해서 한국교회가 처한 신학적 난맥상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신학적 난맥상, 사상적 혼돈을 바로잡아 가지 않으면, 설령 제 아무리 좋은 정관을 제정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하고, 교회 의사 결정 과정이 민주화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만 한국 개신교의 성숙과 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삼일절에 광화문에서 열린 극우 기독교 집회에 성조기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등장한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글을 쓴다.

그런 낯설고 당혹스러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개신교 안에 강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소위 이스라엘 회복 운동, 백투예루살렘 운동의 실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과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있는 국가 이스라엘을 동일한 언약적 연속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구약의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예언이 여전히 유효하며, 종말에 메시아가 건설할 천년왕국시대에 국가 이스라엘이 독특한 지위와 특권을 점유할 것으로 믿고 이스라엘 선교에 전력하는 그룹이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은, 신약의 교회가 구약 이스라엘을 대체하고 성취한 최종적 언약의 파트너라는 점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원이 구약의 구원의 메커니즘을 완성한 실재라는 점, 그리고 설령 백보 양보해서 유대인의 구원사적 특성이 일부 유효하다고 해도 그것이 곧 구약과의 연속성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무시하는, 신학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태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문제를 거론하기만 하면 한국 개신교 안에 온존하고 있는 열혈 이스라엘 회복 운동 그룹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에 신학자들조차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몸사리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이번 탄핵정국에서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한 해프닝을 보면서 한국 개신교 안에서 이런 미성숙한 신학적 태도를 극복하는 노력이 등한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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