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의 웰다잉(Well Dying) 이야기

기성 사회선교단 단장, 한국교회 담임목사

40여 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목사 아내로서 4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하라자끼 모모꼬'라는 사모님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병이 악화되어 진찰을 받았는데 '악성 폐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남편은 나중에야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그녀는 곧 남편에게 노트 두 권을 사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녀는 그 날부터 시작해서 있는 힘을 다해서 생명이 붙어 있는 44일 동안, 죽기 이틀 전까지 글을 썼습니다. 그녀가 쓴 일기는 유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간증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사랑했던 주님 앞에 삶의 마지막 순간을 드린 간증이었습니다.

그녀가 남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일본인들에게 강한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남편의 입에서 "당신이 악성 폐암에 걸렸소. 의사가 두 주일 남았다고 하오"라는 선언을 들은 그날의 일기에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내 마음은 주를 경배하며, 내 영혼은 내 구원이 되신 하나님을 기뻐하노라. 오늘이라는 날, 나는 분명히 적어 놓아야만 하겠다. 오늘은 내 길지 않은 생애에 있어서 획기적인 날이 되었다. 나의 생애는 오늘부터 시작된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삶이다....."

그리고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마지막 일기를 이렇게 써 놓습니다. "아들아, 신앙이란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의 하나님으로 믿고 그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것이란다. 아들아, 엄마는 엄마의 병을 알고 있다. 머지않아 더 심한 육체의 괴로움이 엄습해 온다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 그러나 엄마에게 더 분명하게 알려진 사실은, 이 모든 것을 통해서 하나님은 아직도 나와 함께하고, 그리고 그 하나님의 사랑은 더욱더 깊게 엄마를 감싸주고 계시다는 것이다....<중략>...

아들아!, 제발 고통스러운 이 엄마를 보아라. 엄마의 최후를 꼭 지켜보아 주기를 바란다. 엄마의 육체가 식어져 굳어졌을 때, 거기에 죽어 있는 것이 엄마가 아님을 확인해 다오. 그것은 죽어가는 육체일 뿐이다. 이 엄마의 나그네 길에서 나는 내 육체를 남기고 떠난다. 그러나 엄마는 여기를 떠나서 어딘가로 갔다는 것을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어디에 갔을까? 어느 분 앞으로 갔을까? 하나하나 네가 스스로 기도해서 해답을 얻어 보아라. 그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커다란 선물이다.”

몇 해 전 죽음 관련 독서 모임인 <메멘토 모리>에서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 책에는 병을 안고 근 2년 동안 고통과 아픔 속에 투쟁을 하면서 죽음 앞에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떠날 준비를 하며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한 여인의 남편과의 이별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인천 지역의 낙조가 아름다운 정서진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생애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는 이 여인이 보여준 모습은 죽음 공부를 하며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는 목회자로 살아가는 저에게 한 동안 숨을 멈출 수 없을 정도의 감동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고통과 아픔을 견디며 죽음 앞에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이 믿고 있는 믿음대로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하며 맞이하는 삶의 모습 속에 저 또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죽음의 시간들을 맞고 싶다는 도전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본인의 죽음 이야기이며, 또 한 사람은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죽음과 이별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이별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하기에 죽음 앞에 비겁하지 않게 당당한 모습으로 떠나가는 이러한 삶의 태도가 쉽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새로운 웰다잉 문화로 자리 잡아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두 여인의 죽음과 이별 이야기는 우리에게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죽음 맞이는 결국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때 가능할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여!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처럼 용감하게 죽음의 작별을 고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의 해”,

한국교회 강춘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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