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고난을 당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그 고난을 당하느냐

 

덕정감리교회 담임목사 · 2014년 6월 1일~현재 · 경기도 양주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산 넘어 또 산이 예요.”

시집 간 딸이 친정에 와서 어머니에게 불평을 했다.

어머니는 딸을 주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세 개의 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켰다. 물이 끓자 어머니는 첫째 냄비에 당근을 집어넣었다.

둘째 냄비에는 계란을 집어넣었다.

마지막 냄비에는 커피 가루를 집어넣었다.

잠시 후 그릇 세 개를 꺼내더니 거기에 각각 뜨거운 물에서 끓였던 것들을 집어 꺼내 놓았다.

딸은 어머니가 무엇을 하시려는지 궁금했다. 그때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시던 어머니는 말을 하셨다.

“사랑하는 내 딸아, 이것들은 모두 뜨거운 물이라는 똑같은 장애물을 통과했단다. 하지만 이것들은 각기 다르게 반응을 했지. 당근은 들어갈 땐 힘 있게, 멋있게 들어갔지만 뜨거운 물을 만나고는 말랑말랑해지고 약해졌구나. 계란은 그 자체로는 아주 약하지. 하지만 뜨거운 물속에 들어갔을 때 그 얇은 껍질이 힘을 다해 속의 액체를 보호했지. 그래서 그 안이 딱딱해졌단다. 커피 가루는 아예 그 물 자체를 바꾸어 놓았단다.”

어머니는 딸을 바라보며 물으셨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난의 뜨거운 물속에 들어갈 때가 있단다. 그런데 너는 당근, 계란, 그리고 커피 가루 중 어떤 것이 되고 싶으냐?”

 

우리는 고통의 땅에 발을 붙이고 살면서 내가 원하든지 원치 않든지, 고난을 만나고 겪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고난을 겪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성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도성'에서 말했다. “모든 사람이 무슨 고난을 당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자세로 고난을 당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고 고난의 의미도 달라지는 것이다. 똑같은 미풍이 불지만 오물은 더러운 냄새를 풍기고, 거룩한 기름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이 고난은 세 종류의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형벌적인 고난’ 혹은 ‘인과응보적인 고난’이다. 이 고난은 비극적인 고난입니다. 사람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로 겪게 되는 고난입니다.

두 번째는 ‘결백한 고난’입니다. 이 고난은 자기는 잘못이 없는 데 겪게 되는 고난입니다. 억울하게 당하는 고난, 부당하게 주어지는 고난이다.

세 번째는 다른 이를 위한 고난이다. 의를 위해 고난을 받는 것,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고난을 받는 이것, 그리스도를 믿기 때문에 받는 고난이다. 이 고난은 ‘구속적인 고난’인 것이다.

첫째의 고난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고난은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고난을 피하는 방편을 갖는 것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 의미를 찾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난을 몸소 당하신 예수님은 고난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주신다.

갑자기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친구를 문상하고 왔다. 허허로운 그의 모습을 보며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머리 속이 하해 졌다. "왜 이런 일이 내게 닥치게 하셨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친구를 그저 말 없이 끌어안았다. 금방이라도 들어설 것만 갔다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단장(斷腸)의 아픔을 겪는 친구에게 목사로서 하나님의 뜻이 어떻고 저떻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탄식의 기도로 하나님께 올릴 뿐이다.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했던 일본 시인 호시노는 바람을 노래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나무에 불면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

꽃바람이 된다.

방금

나를 지나간 바람은

어떤 바람이 되었을까?

 

지금 막 지나간 바람은 내 삶에 어떤 바람이 되었을까? 오늘은 사순절 일곱째 날이다. 그 동안 살아낸 고난의 의미를 되새겨 보며 느슨해진 허리끈을 다시 매본다.

 

시편 119:67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

시편 119:71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베드로전서 5:10 “하나님께서 고난을 당한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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