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유전의 암(癌)에 대한 기여도는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다?

"암변이(cancer mutation: 암을 초래한 변이)의 약 2/3는, 세포가 DNA를 복제할 때 발생하는 오류 때문"이라는 수리모델 분석 결과가 나왔다.

《Science》 3월 24일호에 실린 이번 연구결과는(참고 1), '환경요인과 내재적 요인이 암(癌)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최근에 제기된 주장이다. 또한 저자들에 의하면, "암변이(cancer mutation) 중 상당수는 유전된 것이 아니며, (예컨대 생활방식 변화 등을 통해) 예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연구자들이 '암과의 전쟁'을 치르는 방법을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시드니 킴멜 종합암센터의 버트 보겔스타인 박사(유전학)는 말했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암변이를 초래하는 다양한 요인 중에서 '환경요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우리가 변이를 적(敵)으로 간주하고, 모든 적들이 체외(體外)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체내(體內)로 침입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적들(이번 연구의 경우 2/3)이 체내에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라고 보겔스타인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전략, 즉 '예방에 더하여, 조기 탐지 및 치료를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코드가 나빠서...

하나의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불쑥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보겔스타인과 존스홉킨스 병원의 크리스티안 토마세티(수학)는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2), '일부 암이 다른 암들보다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제시함으로써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기관(organ)에 상주하는 줄기세포의 분열횟수'는 '암의 발병빈도'와 상관관계가 있다. 예컨대 암이 흔히 발생하는 기관(예: 대장)에서는 암이 덜 발생하는 기관(예: 뇌)보다 줄기세포가 더 많이 분열한다."

논문이 발표된 후 '예방의 중요성을 깎아내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수백 편의 후속논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왔다(참고 3). "그 논문은 '환경요인은 암에 얼마만큼이나 기여하나?'(참고 4)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했다"라고 스위스 연방공대의 로버트 노블 박사(암에 대한 수리모델 전문가)는 말했다.

이에 대해, 보겔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우리의 의도는 알려진 발암원인(예: 흡연, 일광노출)과 싸우는 노력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원인들은 암변이를 초래할 수 있다. 역학연구에 의하면 '약 42%의 암은 예방가능하다'고 하는데, 나의 결론은 기존의 역학연구를 반박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2015년의 논문에 가해진 비판 중 두 가지에 대한 해명을 시도했다. 첫째로, 연구진은 분석 대상을 미국에서 69개국의 데이터베이스로 확장했다. 둘째로, 2015년에 누락되었던 흔한 암(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연구에 포함시켰다. 토마세티에 의하면, 두 가지 요소를 감안한 확장분석에서도 2015년 논문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연구진은 확장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3가지 요인(① 환경, ② 유전, ③ 무작위 DNA 복제오류)이 암변이에 기여하는 정도(상대적 기여도)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특정 환경에의 노출과 관련된 변이를 찾아내기 위해 영국암연구(Cancer Research UK)의 암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고, 때로는 암지놈시퀀싱자료(참고 5)를 활용했다.

그 결과, 각 요인의 상대적 기여도는 암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폐암의 경우, 환경요인이 모든 암변이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인 데 반해, DNA 복제오류의 비중은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립선·뇌·골(骨) 암의 경우, 무작위 복제오류가 모든 암변이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 이상이었다.

32가지 암에 대한 계산결과를 종합해 보니, 암변이 중 66%는 무작위 DNA 복제오류, 29%는 환경요인, 5%는 유전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괜한 죄책감

"분석의 단순화를 위해 수많은 가정에 의존했지만, 저자들의 연구방법은 양호하다"라고 노블 박사는 논평했다.

그러나 스토니브룩 암센터 유서프 해넌 소장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이번 연구가 환경요인과 유전요인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했다고 우려한다. 왜냐하면 시퀀싱과 역학데이터를 통해 환경요인과 유전요인의 기여도를 예측하는 방법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흡연이 누군가의 폐암에 기여하는 정도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기오염이나 라돈에의 노출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이번 연구를 둘러싼 논쟁 덕분에, 암의 원인을 밝히는 모델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불을 뿜었다. 그 결과 유용한 모델들이 많이 개발되었다"라고 노블 박사는 말했다.

보겔스타인은 이번 연구결과가 환자와 가족들(특히, 암 환자 자녀를 둔 부모)이 느끼는 죄책감을 다소 완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은 인터넷을 뒤져 뻔한 메시지('생활방식이나 유전자가 질병을 초래했다')를 얻고, 생활방식과 유전자에 관한 죄책감을 느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암은 당신의 행동과 무관하다. 가뜩이나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 마당에, 괜한 죄책감까지 추가할 필요는 없다"라고 보겔스타인은 말했다.

※ 참고문헌
1. Tomasetti, C., Li, L. & Vogelstein, B., “Stem cell divisions, somatic mutations, cancer etiology, and cancer prevention”, Science 355, 1330–1334 (2017);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5/6331/1330
2. Tomasetti, C. & Vogelstein, B., “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 Science 347, 78–81 (2015);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7/6217/78
3. Nowak, M.A., and Waclaw, B., “Genes, environment, and ‘bad luck’”, Science 355, 1266–1267 (2017);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5/6331/1266
4. http://www.nature.com/news/cancer-studies-clash-over-mechanisms-of-malignancy-1.19026
5. http://www.nature.com/news/2010/100414/full/464972a.html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dna-typos-to-blame-for-most-cancer-mutations-1.21696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