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26)-다윗이야기(1)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하나님의 부리신 악신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취하여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신은 그에게서 떠나더라”(삼상16.23).

사사시대가 끝나고 사울과 함께 왕정시대가 열렸다. 사울 왕이 연 왕정 시대는 행복한 전조(前兆)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지지하는 종교적 기반이 약했고 사무엘과의 사이에도 갈등이 심화되었다. 사울은 제의적인 불순종이 있었고 사무엘 사이에 심각한 분열이 일어났다. 결국 성경 기사는 ‘악한 영’이 사울에게 임했고 그 악한 영이 사울을 괴롭혔다고 말한다. 악한 영은 단순히 하나님의 영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사울이 하나님의 영에 이끌리는 사람이었다. 사사 시대에 그는 이 사사들의 전통에 서서 신실하게 하나님의 종으로서 사명을 감당했었다. 그가 왕으로 부름 받기 전에 하나님의 영에 인도함을 받고 이스라엘 지파를 이끄는 지도력을 가지고 적들로부터 구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울이 사무엘의 제사권을 침범한 후부터 하나님의 영이 그를 떠나서 악한 영이 임하게 되었다(삼상13:8-14).

믹마스 전투에서 그만 급한 나머지 사울이 사무엘이 늦게 온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위해 자신이 급히 제사를 드리면 전쟁의 승리가 가능하리라 보고 하였지만 이것이 큰 실수를 범하는 일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성경은 이러한 상태를 잘 표현해준다. 사울은 여전히 왕직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하나님께 거절당했고 다른 사람이 그의 왕위를 대신하게 된다. 이미 비밀리에 사무엘에 의해 왕이 선택되었다. 그가 바로 다윗이었다.

다윗이 왕이 되는 이야기는 사울이 왕이 되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들은 똑같이 집에서 목동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역사의 무대에 찬란하게 등장한다. 둘 다 똑같이 사무엘이 주도하여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공공연하게 왕 즉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비밀리에 새 왕으로 기름을 붓게 한다. 이로써 마침내 이전에 사울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했던 것처럼 다윗에게도 임했다. 다윗이 사울의 경우와 비슷한 리더십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여주지만 다윗이 사울과 다른 것은 순종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 계속 붙들렸다는 사실을 말한다.

다윗이 사울 왕궁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상이하게 나온다. 사무엘상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신명기 역사가는 잇따라 왕정시대를 이끄는 특별한 사건 둘을 말한다. 사무엘 상 16장에서 왕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음악 치료를 통해 악신에 들린 왕을 편하게 해 줄 사람, 악한 영에 괴로워하는 왕을 특별히 시원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다윗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이야기와는 다른 기사가 다음 장에서 아주 다르게 나오는데,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블레셋의 영웅 골리앗이 나온다. 그에게 이스라엘 군대는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있는 상태였다. 골리앗은 이스라엘 군대를 우습게보았고, 그는 자신을 상대할 장수가 있느냐고 조롱하고 있었다. 이 때 다윗은 목동으로서 짐승을 쫓아내는 데 사용하는 물맷돌 몇 개를 가지고 중무장한 블레셋 장수를 무찌르겠다고 나섰다. 여기서 우리는 다윗이 두 번 사울의 궁전에 들어갔을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 번 악신을 쫓아내는 예술가로, 또 한 번은 군사 영웅으로 사울 궁전에 입성하였던 것이다.

이 두 기사는 이미 다윗과 사울 사이에 경쟁 관계의 근원이 내포되고 있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쫓겨 다니게 되었고 사울은 오랫동안 다윗을 추적하게 된다. 사울이 결국 비극적으로 침몰하게 되는 것을 본다. 사울은 이전의 무기든 자인 다윗을 쫓아서 죽이러 다니는 사람이 되지만 그는 군대 장관이 되고 이웃 나라 블레셋의 장수가 된다. 그가 사울 왕권을 위협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추적하여 죽이려 한 것이다. 결국 사울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불명예스럽게 자신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물론 무기 가진 자가 그의 명령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는 이스라엘 군주시대의 첫 국면이 불행하게 끝나게 된 것을 말한다. 이제 다윗 시대는 이스라엘이 꿈꾸지 못한 국가적 위대한 새 시대가 시작된다. 몇 십 년 동안 다윗은 시리아와 팔레스틴의 전 지역을 장악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시대를 다윗이 열어간다. 다윗이 정치적 군사적 천재라고 말하는 것이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리더십을 가져간다. 무엇보다도 다윗은 이스라엘 지파를 하나로 연합하여 처음으로 단일 체제로 공고하게 하였다.

사울의 통치 동안 얼마나 지역을 확대하여 갔는지 알 수 없다. 사울이 죽음으로 남북이 분열되었는데 다윗 통치 동안에는 둘 사이를 처음으로 밀접하게 만들었다. 다윗은 두 왕권을 하나로 묶어 남 유다를 장악하고 북동지역의 남아 있는 지파를 통치하였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통일 남북 왕국을 실현한 왕으로서 명실상부한 나라를 건설하게 된다. 다윗의 성공에 비결은 무엇인가. 바로 하나님의 영에 이끌려 순종하며 승승장구하는데 있었다.

“여인들이 뛰놀며 창화하여 가로되 사울의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한지라”(삼상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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