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에 고아가 된 형의 아들이 대견스럽다.
박래구 목사는 강릉에 거주하면서 투병생활을 하는 고신교단 목사이다. 성경말씀 자체에 좀 더 충실하려는 전통적 개혁주의의 입장을 취함. 무엇보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웠음을 알고 피차 뜨겁게 사랑해야 함을 강조하는 입장임. 몸이 좀 많이 안좋지만 마음은 심하게 씩씩한 편임. |
지난 수요일은 제게 감동적인 날이었습니다. 제 조카가 마침 강도사 인허를 받고 처음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함께한 것입니다. 찬송인도로부터 말씀을 증거하며 성도들과 교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조카가 예배드리기전에 자기가 존경하는 작은 아버지, 박래구목사님이 자기가 강도사가 되어 정식으로 설교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긴장된다면서 말입니다. 조카의 그런 상찬이 쪼금 부끄럽더군요. 제 맘같지 않은데 하면서 말입니다.
제 조카는 다섯살 때 고아가 되었습니다. 제 어머니, 그 아이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지만 끔찍할만큼 힘든 시련을 참아내며 믿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어려운 여건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내온 것입니다. 어찌어찌해서 대학을 나오고 신대원을 6년에 걸쳐 졸업했습니다. 한 해 공부하고 한 해는 노가다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단 한번도 불평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감사하려했고 괜찮아요를 입에 달고 살아갔습니다.
가끔씩 조카는 사람들의 폄론을 힘들어 했습니다. 그가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들이 조카를 무시하고 심지어 네 산으로 도망하라 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하였습니다. 너는 못난 놈이니 목사할 생각을 하지말라는 얘기를 하였고 제게조차 그런 말이 들려오고는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이들이여! 당신들의 독설이 가난한 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취하시지 않으십니다. 조카는 항상 원망도. 불평도,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의 격려, 위로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였습니다.
조카와 함께 드린 예배에서 저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람이 보기에 흠모할 것이 전혀 없는 그 아이와 함께 예배드릴 때 거기에 예배의 기쁨, 감동. 진심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의 설교는 지금까지 들어본 어떤 설교보다 생생하였습니다. 아직 세련되지 못했지만 바른 방향과 가슴에서 울려나는 그런 설교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예배전 찬송을 인도하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가린 것없이 시원하고 마음을 담아부르는 찬송을 함께할 때 너무 좋았습니다. 매너나 수사적인 그런 점에서 너무 빈약하지만 그것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것을 저는 거기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를 닮아서 외모인상이 참 볼게 없는데... 사실 성도들에게 밉상일까봐 저도 상당히 걱정을 했는데 그것도 기우입니다. 성도들에게 어느 곳에서든 밝고 구김살없이 다가가는 모습들을 성도들이 참 좋아하였습니다.
이번에 제 마음에 큰 짐이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지혜를 감사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저를 쓰시는 것보다 더욱 조카를, 교회를 위해 쓰시리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운입니다. 가난하고 빈약한 자를 들어쓰시는 하나님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