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항쟁에 대한 입체적이며 법률적인 토대가 단단해져

<창작과비평사>는 지난 5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증보판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985년 초판 출간 당시 5·18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며 금서로 지목되어 ‘지하 베스트셀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숨죽여 읽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32년 만에 전면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번에 내용을 새롭게 보강하여 출간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물로, 항쟁에 참여했던 광주시민의 시각과 증언을 온전히 담으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 공개된 5·18 당시 계엄군의 군사작전 내용과 5·18 관련 재판 결과를 반영하여 광주 항쟁에 대한 당시 사건에 대한 입체적이며 법률적인 토대가 더욱 단단해진 것이다.

이 책의 초판본이라 말할 수 있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씨가 1980년 항쟁 직후 당국의 엄혹한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시작한 자료수집과 취재하는 등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작업을 바탕으로 한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대학생, 사회운동가 10명이 1981년부터 4년 간 모은 자료가 토대가 됐으며 이들이 소설가 황석영 씨에게 책의 감수를 맡겼고 발간을 풀빛출판사에 의뢰했다. 그렇게 제한된 여건 속에서 나온 초판도 무려 320면에 달했다. 하지만 이 책은 풀빛출판사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제본소에 맡겨져 있던 2만 여권이 압수됐고 한 동안 금서가 됐다.

하지만 지하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현재까지 50만~100만권 정도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32년 만에 출간되는 것이다. 개정판은 1985년 발간된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진실을 담고 있다.

이번에 나오는 증보판은 그간의 5·18 청문회와 재판, 특별법 제정 등에 따른 진상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방대한 추가 자료를 정리해 초판의 1.8배에 달하는 580면이 넘는 분량으로 보강되어 출간된 것이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저자/황석영,이재의,전용호, 편집/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출판/<창비>/ 2017.05.15

특별히 대선이라는 시대적 격동기에 이 책이 또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32년 전의 초판이 ‘폭도들의 무장난동’으로 왜곡된 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에 출간된 개정증보판은 2008년 보수정부 집권 이후 갈수록 노골화된 항쟁의 진상과 참여자에 대한 날조와 폄훼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항쟁은 지난 정권들 속에서 끊임없이 북한공작설, 북한개입설 등의 억울한 누명을 써 왔었고, 극우보수 세력이 대표적으로 날조하던 주 대상이었다.

이것은 이 책 머리말에서 황석영 작가도 밝힌바 “우리는 광주항쟁에 대한 터무니없는 왜곡과 공격이 난무하는 가운데 입술을 깨물며 준비를 했고 그사이에 ‘촛불혁명’이 진행되었다. 5·18 광주와 세월호의 어린 넋들이 함께하는 이 빛나는 계절에 위대한 시민들은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우리들의 책은 이제 피와 눈물이 아니라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향한 이정표가 되어야만 한다.”는 분명한 의도를 보인다. 결국 박근혜 정부 이후 더욱 심각해진 역사왜곡과 극우수구세력에 의해 폄훼된 우리 현대사를 바로 세우는 유의미한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초판본에서는 이 책의 저자가 황석영 씨로만 알려져 본의 아니게 책의 저자를 사칭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만큼, 개정증보판은 저자를 황석영ㆍ이재의ㆍ전용호 3인으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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