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금남로에 가서 


나는 분명히 들었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창자를 쏟으며 울부짖었다는 임신부 
터진 배를 쓸어 담으며 
허부적대던 그 신음소리를 

다시 돌아보는 거리는 여느 도시와 같지만 
골목마다 차있는 이 뜨거운 공기 
죽어 간 이들의 절규가 여기 그대로 살아 
지나가는 이들의 가슴통 속에 살아 
토해 내는 숨마다 뜨거운 것을 

나는 분명히 다시 들었다 
살아있는 이들의 혀끝에서 
눈초리에서, 발자국에서, 자꾸 피어나는 
아픔의 노래. 다시 또 망울져 터져 나시려는가 
용트림하듯 애쓰는 형상 

모두의 가슴속에서 이미 하나가 되어 
쏟아지면 생명을 울컥울컥 쏟을 것 같은 
그래서, 핏자국 난 자리를 덮어 줄 것만 같은 
돌아간 이들의 무덤이 열려 
껄껄 웃는 얼굴로 일어나실 것만 같은 

온다고, 온다고 하신 날들이 
허벅지 총상으로 절단된 다리가 되어 
대검으로 찔린 옆구리가 되어 
탈골한 허리뼈가 되어 
모두 멀쩡한 모습으로 오시는 모습 
금남로 한 맺힌 거리를 파도같이 넘실대며 
오시는, 오! 오시는 모습 

나는 분명히 들었다 
죽지 않고 웅크리고 살아있는 이 사람들 
귓가에 아직도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 
한숨 한숨 내뱉는 호흡에서 
다시 하늘 바라 드넓은 땅에 퍼뜨릴 
그 날 
그 외마디 
그 합창 소리를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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