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는 시간만 되면
스포츠 머리에 기름 발라 넘기고
어이 은희 씨
수피아 여고생허고 상고생허곤
영 수준이 안맞는당가
키득키득 우쭐거리며
누나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새끼
야이 씨발년아
누군 공부 못해 일고 안간 줄 알어
그놈의 돈 때문에 청춘 썩는 거지
박박 악쓰던 바로 그 새끼였어
그 새끼는 느닷없이
벌벌 떠는 아버지 앞에 넙죽 큰절을 했어
은희 누나를 절대 집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나가면 무조건 개죽음이라고
죄없는 광주시민 다 죽이는
공수놈덜 샅샅이 때려잡고
민주화되면
사람돼서 돌아오겠다고
숨 넘어가듯 주절댔어
그때서야 난 알았어
그 새끼 군복과 공수부대놈덜 군복이 틀리다는 걸
그 새낀 회색 깨구락지 군복을 입고 있었어
그때였어
처음으로 내 머릴 쓰다듬어 주고
누나에겐
수십통의 편지를 툭 던져주었어
그리곤 어둠 넘어 사라져 갔어
그날부터 누난 울었어
이 난리에 사귈 놈이 없어
저런 날깡패를 사귀어
아빠 호통에도 아랑곳 않고
매일 헌혈을 갔다와선
한통 한통 편지마다
얼굴 파묻고 울었어
나타나지 않았어 그 새끼는
하얀 교복 입고 등교길 서두르는
작은누나 골목길 어귀
예전처럼 뒷호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보라색 배꼽바지 펄렁거리며
헤이
헤이
낄낄거리며 거들먹거리지도 않았어
우리 반 애들 돈 빼앗던
그 새끼 똘마니들도
하늘나라 가 버린거야
그 새끼는
아예 하늘로 올라가 버린 거야
누나가 매일 과꽃을 꺾어와
한 잎 두 잎 집 골목에 흩뿌리기는 하지만
맨날 하얀 눈물
꽃잎처럼
하늘거리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