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2장 20절

(갈 2:2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도서출판 교회와성경 편집인

 

그리스도는 율법의 저주를 온 몸으로 흡수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그리스도는 율법의 저주를 대신 받으신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즉 복음으로써 율법의 저주로부터 구속되는 길을 열어 주셨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율법의 요구를 따른다는 것은 그 십자가의 죽음, 즉 복음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바울은 “만일 내가 헐었던 것(율법)을 다시 세우면 (그때에) 내가 나를 범법한 자로 만드는 것이라”(갈 2:18)라고 선언한다. 바울은 율법을 수단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율법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결국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율법에 대해 죽었기 때문에 하나님에 대해 살 수 있게 되었다(롬 7:1-6). 그런데 다시 성도들로 하여금 율법의 행위를 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서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함이라’는 복음의 진리를 또다시 율법 아래 가두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바울은 다시 화자를 1인칭 단수로 바꾸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체험한 다메섹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인칭 단수는 때로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배타적이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경우 바울이 체험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교회 공동체의 집합적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Bruce B. Barton). - Bruce B. Barton, 갈라디아서, p. 135. 참조 -

그리스도의 죽음은 모든 성도들의 모범이다. 즉 그리스도와 그의 죽음에의 연합은 율법 아래 있는 옛 지배의 삶으로부터의 철저한 단절을 가져오게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와 함께 한 성도들만이 새 생명을 누리게 된다.

“내가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나니 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려 함이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19-20). 이 선포는 교회 공동체가 고백해야 할 믿음이 무엇인가를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1563년) 제21문에서는 “참된 믿음은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우리에게 계시하신 모든 것이 진리라고 여기는 확실한 지식이며, 동시에 성신께서 복음으로써 내 마음속에 일으키신 굳은 신뢰입니다. 곧 순전히 은혜로,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 때문에 하나님께서 죄사함과 영원한 의로움과 구원을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나에게도 주심을 믿는 것입니다”라고 믿음을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울은 2장 15-21절에서 갈라디아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율법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데 아무런 긍정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율법주의, 즉 율법을 지킴으로써 공로를 쌓는다는 주장을 반대한다(2:15-16).

둘째, 율법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것이다. 이것은 언약적 율법주의, 즉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나님의 백성된 자신들의 신분을 증명한다는 주장을 반대한다(17-20절). 이런 점에서 2:15-21은 갈라디아서의 명제적 진술이라 할 수 있다(Richard N. Longenecker). - Richard N. Longenecker, 갈라디아서, p. 301. 참조 -

따라서 할례나 율법의 어떤 요구가 하나님의 행하신 해방, 즉 율법으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선언에 지극히 작은 역할이라도 감당한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거부이며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의 죽음에 대한 부인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바울은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폐하지 아니하노니 만일 의롭게 되는 것이 율법으로 말미암으면 그리스도께서 헛되이 죽으셨느니라”(갈 2:21)라고 명확하게 선포하고 있다.

이 선언은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악한 세대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위하여 자기 몸을 드리셨으니 영광이 저에게 세세토록 있을지어다 아멘”(갈 1:4-5)이라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는 찬양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상의 논증을 통해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유대화주의자들의 함정, 즉 ① 아직도 율법이 의롭게 되는 길로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② 할례를 받음으로써 진정한 아브라함의 후손이 될 수 있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