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빛을 바라고 그리워할수록

빛이 만든 그림자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눈부신 고통 속에 만들어진 그늘,

두려운 불꽃이 까맣게 태워버린 나를

희생이 없는 슬픔과

발자국이 없는 아픔의

온갖 거짓에 반하여

 

새벽,

빛이 오기 전으로 더 어두워진 그곳이 아니라면

내가 서있는 이 어둠 속은 어디란 말인가

 

분명 빛나는 나비를 보았는데

눈물 한 방울 떨어질 때

별빛 일그러지는 날갯짓을 본 것만 같았는데

 

균열이 만든 쾌감 속에

찢어진 날개를 쉬는 작은 예언자

다시 날아오르기를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는 소녀여

그 반짝이는 눈빛 아래 작은 우물에서도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고운 뺨의 붉은빛,

그 여름에 패인 보조개에서도

나는 강박적으로 그늘을 찾고

그 그늘만이 가진 색을 고이 간직한 채

마르지 않는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가

물감을 만든다

 

그리고 소녀여

그대로 나를 잊기를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인 듯

다시 마냥 웃어주기를

빛이 있다고 말하던 어둠이

비릿한 바다향기 같은

인간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고

 

날카로운 산처럼 높은 상처는

나를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뜨리네

그 쓰라린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서

당신은 어떤 느낌으로 사느냐고

당신이 붙잡고 살아야 하는

가장 특별했던 순간,

항상 무언가 부족했던 그 순간

 

우연히 만나 필연적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이름이 없는 그 모든 흔적들

스스로 파괴하고 빈 마음 만들어

그릇이 되어 담아내고

영원히 완벽한 미소

다시 그려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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