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세상에서 행복 찾아 떠난 감사여행 (2) -임승훈 목사

임승훈 목사 - 월간목회편집부장 역임, 한국성결신문 창간작업 및 편집부장역임, 서울신학대학교총동문회 출판팀장,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 대표, 설교학 신학박사(Th,D), 더감사교회 담임

어느 날 오후, 대형마트 외벽에 걸려있던 허미영의 행복이란 시(詩)가 준 마력은 내겐 충격과 같은 것이었다. 내게도 행복이란 놈이 있을 것 아닌가? 그 뒤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일명, 삶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개조하는 시도들)은 하나의 피와 땀이었으며, 고되고 힘들 긴 했어도, 삶의 보람과 도전해 볼 만한 여정이었다.

첫째는 영적인 충전과 방향의 전환이었다. 둘째는 삶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고통이었다. 셋째는 재정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깨달음이었다. 목회 여정에 영적 절벽현상이 생기고 기존의 목회 여정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위의 세 가지 여정은 각각 독립된 사안이면서 동시에 하나로 다가왔다.

그동안 나는 ‘진정한 영적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없이 살아온 삶이었다.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영적인 패러다임의 틀을 깨는 작업이었다.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점 하나는 재정관을 다시 정립해 나간 사실이다. 그리스도인의 재정에 대한 가치와 무게감 등을 모두 바꾸어야만 하는 어려운 시도였다. 때문에 힘들었기에 철저한 인내가 필요했다. 혼자만의 주창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이해하고 동참해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치열하면서도 새로운 영적인 도전을 시도하였다. 처절한 일이었다.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었다. 동시에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인생을 건 도전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기에 의도적으로 밀어붙였다.

마침 친절한 한 집사님의 소개로 ‘다일영성수련원’의 150회 차 기념 집단상담 기본훈련과정(3박 4일 숙식)에 입소하였다. 첫째 날, 기본 소양교육과 마음가짐을 철저히 가르친다. 특히 그곳에서는 식사예절에 대해 ‘밀도 있는 감사’(感謝)가 행해진다. 농부의 수고를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묵상하게 한다. 식사예절은 볍씨 한 톨이 만들어져 밥상에 올라오기 까지를 묵상 한다. 매우 새로웠다. 감자, 고구마, 양파, 마늘, 깍두기, 김치 등이 오늘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일손들이 필요했으며, 그것을 묵상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고착화된 생각의 틀을 깨 내는 단초가 되었다.

“그것이 화가 날 일입니까?”

우리 팀의 조교는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쏟아낸다. 처음엔 이것이 무엇인지, 의아했으나 이틀이 지나고 삼일 오전이 되니 알만했다. 내 생애에 최고로 화나게 하는 것을 적어내게 하더니 그 내용을 가지고, ‘그것이 화가 날 일이냐?’고 옥죄어 온다.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그것은 집단상담의 한 방법으로써 생각의 틈새를 만들어주고자 함이었다. 화가 날 일을 누그러뜨리게 하거나 지나가게 하고자 함이다. 그것에 묶이지 말 것과 나를 붙드는 사단과도 같은 그 무엇을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셋째 날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문제들을 끄집어내어 그것이 나를 불행하게 할 이유가 없음을 일깨우고 해소하도록 모형틀(나를 화나게 한 장본인)을 만들어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두들겨 패도록 하여 마음의 해소를 돕는다.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을 가리지 않고 입소시켜 삶의 어려움을 치유하고 새롭고 희망찬 세계, 이 세계는 아직도 살만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며 감사하며 살 권리가 우리들에게 있음을 각인시키는 놀라운 소망의 시간이었다.

어떤 예수 잘 믿는 잘 나가는 교수(훈련생)는 불신자 남편이 던진 말, ‘네가 진정한 예수쟁이냐?’는 말에 마음을 붙잡혀 늘 속상하다고 한다. 어떤 이는 결혼식 날, 일어난 교통사고로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 사건이 자기 때문이라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거기에 붙잡혀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 어떤 자매 청년은 결혼을 약속해 놓고 성폭행을 일삼던 전도사로 인해 몰고 온 불행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아 고통을 받는다는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회자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뱉어내는 온갖 이야기들은 이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구나,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기독교이구나,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정들이구나? 라는 충격을 몸소 경험하는 현장이었다. 나와 아내는 50대 후반이나 되니 다행이다 싶다. 20대 30대의 청년들은 충격이 컸겠다. 하지만 어쩌면 저들은 우리보다는 행복한 인생을 살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걸어 보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워낙 관습이나 습관의 골이 깊어 단숨에 고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단단히 마음을 고쳐먹고는 삶의 패턴이라든지, 재물의 씀씀이를 파격적으로 줄여나갔다. 카드 없애기, TV 없애기, 빚 청산하기 등을 새로운 삶의 패턴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4개의 카드를 없애는 데 6개월이 걸렸다. TV를 없애고 나니 저녁에 할 일을 잃었다. 하지만 차츰 독서와 공부 모드로 바뀌어 나감을 체험한다.

빚은 사활을 걸고 원금 갚기를 실천했다. 재정의 회개가 곧 진정한 회개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 조금 먹고, 안사고, 매월 50만 원 이상씩 빚을 청산해 가는 중인데 어느새 가계부채 통장은 절반 가까이 꺼나가고 있다. 자가용을 없앤 채로 3년을 버티며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늙어서 치러야 할 건강 챙기기를 50대 후반에 이미 시작했다고 생각하니 그것 또한 잘 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꼭 잊어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실천사항이 있다. 이름하여 감사(感謝)운동이다. 주일 저녁에 온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 딸 사위까지 불렀다. 7~8명이 모여 앉아,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놓고는 감사한 일들을 적어 온 가족들에게 발표를 시켰다. 그리고는 153형식 요한복음 21:11에서 베드로가 잡은 감격의 큰 물고기 153마리를 기념하여, 일명 153형식으로 1 첫째 말씀감사, 5 다섯 가지 감사, 3 세 사람에게 인사하기 방식을 제창하였다. 끝으로 밴드에 올려 돌아보게 하였다. 3년째 계속되는 일이며, 지금은 매일 감사 5가지에 도전하며 감사노트를 기록하고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은 현재 감사사역에 가속을 붙어가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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