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제주포럼 지상중계 - 한중수교 25주년 평가와 과제 및 새로운 제안

정상기 국립외교원 센터장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 11기로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국립국제교육원장, 주 대만 한국대표부 대표, 외교부 동북아협력대사 등을 역임했다.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하 제주포럼)이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를 주제로 지난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제주포럼은 외교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44개 기관이 함께하며 외교·안보, 경제·경영, 환경·기후변화, 여성·교육·문화, 글로벌 제주 등 5개 분야로 75개 세션이 열렸다. 이 제주포럼에는 세계 지도자, 전·현직 정부 고위인사, 국제기구 대표, 학자, 기업인, 주한 외교단, 언론인 등 80여 개국에서 5500여 명이 참석하였다.

필자도 이번 제주포럼에 참가하여 31일에 열리는 세션의 사회를 맡았다.  “한중수교 25주년 평가와 과제 및 새로운 제안들(Korea-China Relations : Achievements, Challenges and New Proposals)”이라는 세션이었다. 

아시다시피 한중 관계는 수교 후 25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왔으나, 최근 1년 사이에 사드 문제로 급격히 냉각되었다. 이번 세션에서는 올해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이하여 수교 이후의 양국관계를 거시적인 측면에서 평가해 보고, 향후 양국관계의 도전 요인과 극복 방안을 제시 하고자 마련되었다. 특히 한중 관계에 걸림돌인 북핵문제 와 한반도 안보 이슈에 초점을 맞춰 안보환경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또한 동북아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회 요인과 실현 방안도 모색하였다.

이번 세션에서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전문가들이 격론을 벌였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둘러싼 한중 양국의 이견도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한국 전문가들은 동북아 정세 불안의 책임을 중국에 돌렸고, 중국 전문가들은 한미의 사드배치에 그 책임을 돌렸다.

격론의 신호탄은 왕판 중국외교학원 부원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왕판 부원장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많은 긴장관계를 조성했으며, 한중 양국은 적절한 조치를 통해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시켜야 하며 사드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드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서는 “한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 중국의 보복조치를 제소하겠다고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 국내법을 준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중국은 주변국과 외교를 중시하는 국가다”고 말했다.

이어서 궈루이 중국길림대학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한미동맹이 한중관계와 동북아평화를 악화시키는 근본적 요인이라면서 “한중 양국의 전략적 신뢰가 쌓이지 못하는 데에는 한미동맹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서 미국을 먼저 방문한 다음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방문하고 중국을 찾으려는 사이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방미성과도 없게 되고 방중할 때 분위기는 나빠질 것”이라며 다소 수위가 높은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서 최우선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앞에서 말한 중국 측 두 사람 모두 한국의 정책적 입장을 오해하고 있다”며 “사활이 걸린 안보문제가 기술적으로 중국 안보상에 해를 입힐 수 있지는 않다. 중국이 한국이 현재 가질 수밖에 없는 안보적 고려를 신중하게 논의하면 실제 의도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과대한 위협인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또 이지용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한중간 사드논쟁의 원인은 첫째도 북한, 둘째도 북한이고, 셋째는 중국”이라며 “중국이 사드문제로 보여주는 행태가 동등한 주권국가 사이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다. 외교적 관례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 궈루이 교수는 “사드배치가 한국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사드 말고 자유무역협정(FTA) 성과를 높이는 등 기존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화제를 돌렸고, 왕 부원장은 “지금 한중관계의 교착상태를 직면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무마하기도 했다.

아무튼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 전문가들의 입장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번 세션의 사회를 맡은 필자는 “지난 25년 간 서로의 공통점만 강조하지 않았나 싶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잊어버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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