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김종욱

 

새떼의 그림자가 심연 같아 보인다

심연에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면

새들이 내는 소리와 같을 것이다

심연에게도 움직일 수 없는 운동력이 있다면

새처럼 날아다닐 것이다

 

거대한 은하의 거품, 투명한 빛의 장벽을 넘어

완전한 허무와 존재의 기적을

자유롭게 오가는 철새들

 

광활한 슬픔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고

깊은 어둠의 힘이 완벽한 미소를

흩어진 별들처럼 멀어지게 할 때

 

심연은 흩어지는 얼굴들을

기억하고 찾아 헤매고 있다

 

기억은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는 말로 해체할 수도 없다

다시 모른다는 말로 빚어낼 뿐이다

모른다는 말이 내가 되고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른다

단지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일 뿐임을 안다 나는

영원히 모르는 내가 있다는 걸 안다

 

아름답지 않고 노래할 수 없는 슬픔도

사랑하기 위하여 발견되고 조각된다

감정은 건축의 재료이고

그 궁전엔 추억의 얼굴이 산다

가장 오래된 추억은 태초의 바다의 표정이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얼마나 검은 날개를 가져야 하는가

 

우주 잡음 사이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날아야 한다

죽은 사자의 굴에서

사람답게 노래하고 용기 내어 두려워해야 한다

죽은 사자들이 울부짖더라도

 

별자리가 노래하는 그림들이 모래성처럼

검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갈 때

창살이 없는 감옥의

하늘거리는 그림자 같은 사람들은

내가 사랑하는 추억의 얼굴이다

 

추억의 어둡고 답답한 물속에 있다

계속 이곳에 있어도 될까

검은 새들이 허락한다면

조금만 낮은 곳으로 흘러

사람의 목소리와

사람의 눈물과 웃음의 빛깔을

갖고 싶지만

 

그러나 조금 다른 곳에 있어야 함을 알므로

새 그림자들의 날개를 베고 잠든다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우주다

지금의 당신이라 할지라도

손대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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