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삽교면 두루 머리 최씨 아들 서울에서 공부 다 마치고 고향 아니지만 공주군 학봉리 계룡산 자락 봄이면 텃밭 마른땅 일구는데 안 해 본 일이라 힘들어도 무공해 남새 먹는 재미있어 봄 가뭄에 딱딱해진 땅거죽 깨고 보송보송한 흙 겉으로 나오게 뒤집고 있는데 문득 때리는 말씀 한 마디 땅에 살려면 하늘 알아야 하고 하늘 알려면 땅 알아야 한다나 하늘에서 비 내리지 않으면 말라죽고 하늘 머리 두고 곡식 한 톨이라도 먹으려면 땅에 흘리는 땀 몇 바가지인지 알아야 한다나 그래야 하늘 이치 알 수 있다나
땅 일구며, 최씨 아들 아버지 최 광석 씨가 학교도 안 가보고 깨달은 것 대학원 나오고 시골에 내려와 터 밭 일군 지 삼 년만에 깨닫다
안경 쓴 최씨 아들 왜 밭은 하늘에 가슴 판 늘 열어 놓고 있는지 왜 하늘은 밭 위에 늘 배 쭉 깔고 붙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