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일구며

                                                    최충산


예산군 삽교면 두루 머리 최씨 아들
서울에서 공부 다 마치고
고향 아니지만 공주군 학봉리 계룡산 자락
봄이면 텃밭 마른땅 일구는데
안 해 본 일이라 힘들어도
무공해 남새 먹는 재미있어
봄 가뭄에 딱딱해진 땅거죽 깨고
보송보송한 흙 겉으로 나오게 뒤집고 있는데
문득 때리는 말씀 한 마디
땅에 살려면 하늘 알아야 하고
하늘 알려면 땅 알아야 한다나
하늘에서 비 내리지 않으면 말라죽고
하늘 머리 두고 곡식 한 톨이라도 먹으려면
땅에 흘리는 땀 몇 바가지인지 알아야 한다나
그래야 하늘 이치 알 수 있다나

땅 일구며, 최씨 아들
아버지 최 광석 씨가 학교도 안 가보고 깨달은 것
대학원 나오고 시골에 내려와
터 밭 일군 지 삼 년만에 깨닫다

안경 쓴 최씨 아들
왜 밭은 하늘에 가슴 판 늘 열어 놓고 있는지
왜 하늘은 밭 위에 늘 배 쭉 깔고 붙어 있는지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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