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님 나라 자체는 아니지만 하나님 나라를 가져오는 중개자요, 선도자다.

도서출판 새물결플러스 및 새물결아카데미 대표 김요한

목사는 교회를 섬기는 자다. 교회를 지배하고 경영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목사의 정체성은 교회, 그중에서도 지역교회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목사는 지역교회를 섬기는 자로 살아간다. 목사에 대해 논할 때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교회란 무엇인가? 신학적 정의에 따르면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의 모임이다. 여기서 '모임'의 성격 규정이 중요하다. '모임'에 대한 의미규정에 실패한다면 교회가 종교클럽이나 동호회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클럽이나 동호회는 개인들의 이해관계 혹은 특수활동을 위해 결성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이런 류의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공통 관심사나 친소관계다. 마찬가지로 교회가 종교클럽이나 동호회가 될 때, 그것은 소위 신도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친소관계나 흥미유발에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게 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류의 교회가 비일비재하다. 비록 교회 간판을 내걸고 그 안에서 각종 종교행위를 유지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교 영업이나 종교 취미활동에 머무는 수준의 교회 말이다. 정기 모임이 있고, 회비가 있고, 직책이 있으며, 왕성한 활동이 유지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임의 궁극적 목표가 구성원들 자신의 복리와 이해관계에 집중된 교회는 종교클럽에 불과하다. 대개의 경우, 목사는 이런 종교클럽을 관리하는 독립 점장(혹은 규모에 따라 종교대기업의 CEO)으로 인식된다.

교회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간단히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교회의 정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교회는 한 마디로 하나님 나라의 대사관 혹은 에이전트다.

예수께서 2천 년 전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팔레스타인 땅을 누비면서 선포한 핵심 사역은 '하나님 나라'의 출범이었다. 하나님 나라란 하나님이 왕으로서 통치하신다는 개념이다. 당시 세계의 주인이었던 로마황제가 우주와 역사의 주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이 왕으로서 다스리신다는 개념이 하나님 나라의 본뜻이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가 자신과 함께 출현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3가지 사역에 집중한다. 곧 말씀의 선포, 병자 치유, 귀신 축출이 그것이다.

그의 공생애는 이 3가지 사역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는 하나님이 왕으로서 다스리신다는 것을 가르쳤고, 하나님 나라 곧 하나님의 왕적 통치가 임했을 때 병든 자들이 고침 받고 가난한 자들이 해방되며, 귀신이 축출됨을 시현했다. 그는 이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안식일을 골라 치유사역을 행한다. 이는 사탄의 앞잡이자 대행자인 로마황제가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안식이 없지만,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은 안식일의 원래 의미가 온전히 회복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 후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하셔서 하나님 보좌 우편에 승천하신 다음, 당신의 지상 공동체에게 성령을 보내주셨다. 성령은 본시 하나님의 영이었으나 부활하신 예수에 의해 파송을 받기에 (사도행전 이후로는)주의 영 혹은 예수의 영으로 불린다. 왜 성령이 오셨는가? 성령이 오신 가장 큰 이유는, 예수께서 지상에서 사람의 몸으로 계실 때 하셨던 하나님 나라 선포 사역을 교회가 계승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스의 몸으로서 교회는 교회의 머리인 예수의 감독과 지시를 받아, 성령의 인도와 능력을 통해,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 사역을 계승한다. 이로써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대사관 혹은 에이전트로 자리매김한다.

하나님 나라의 대행기관으로서 교회는 먼저, 예수가 지상에 계실 때 하셨던 하나님 나라 사역을 지금 여기서 재현하고 반복한다. 교회의 주 임무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하나님 나라의 능력으로 병든자를 치유하며 귀신을 축출하는 것이다. 동시에 교회는 지금 천상에서 온 우주를 통치하시는 주 예수의 명령을 받아, 성령의 능력 안에서 그 명령을 지상의 시간과 공간 위에 펼친다. 예수는 교회를 통해 당신의 하나님 나라 비전을 계속 실행하고 계신다. 구체적으로 주 예수께서는 성령의 현존 안에서 교회를 통해 생명과 정의와 평화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시며 기도하신다. 이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결정적 근거이자 이유다. 회는 하나님 나라 자체는 아니지만 하나님 나라를 가져오는 중개자요, 선도자다.

따라서 목사의 주 임무는 자신이 섬기는 혹은 몸 담고 있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대행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목사의 사명은 기독교의 이름으로 모이는 종교클럽이나 동호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섬기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증표 및 징조로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통해 2천 년 전에 출범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지금 여기서 재현되며, 천상에서 통치하시는 주 예수의 뜻이 역사 안에서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목사의 가장 큰 책무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예수는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시길 의도했는데, 그 일을 위해 부름을 받은 목사들은 예수를 빙자해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거대한 성을 쌓아놓고 그 안에서 봉건왕조의 절대자를 자처하는 타락한 목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목사 및 그들에게 영혼을 노략질당해 미혹된 신도들이 모여 있는 교회는, 그것이 제 아무리 크고 화려하다 해도 실상은 사탄의 회요, 군대 귀신의 무리에 불과하다. 이런 자들은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지기 전에 속히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큰 성 바빌론이 무너지는 것은 삽시간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스스로 하나님 나라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스스로를 하나님 나라로 변장하거나 위장해서도 안 된다. 교회는 그저 하나님 나라의 심부름꾼이요 전령일 뿐이다. 그리고 목사는 바로 그 일에 겸손하고 성실하게 복무하도록 부름받은 소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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