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찬 목사, 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역임. 도서출판 교회와성경 편집인    https://www.facebook.com/ChurchAndBible

나오미와 룻이 베들레헴에 도착할 때는 보리 추수가 시작되고 있었다(1:22). 나오미의 등장은 그를 알아 본 사람들로 인하여 일대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나오미가 베들레헴을 떠날 때와는 전혀 상반된 상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오미는 그들에게 “나를 나오미(그 뜻은 희락)라 칭하지 말고 마라(괴로움)라 칭하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였음이니라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나로 비어 돌아오게 하셨느니라”(룻 1:20-21)고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비참해졌으며 그 심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하여 토로하였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 기업에서 쫓겨난 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철저하게 낮아진 그의 백성을 회복시키시는 분이시다. 나오미가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시기가 보리 추수할 때였다는 것은 기근(1:1)이 끝나고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돌아보신(1:6) 결과였음을 암시한다. 그렇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누리는 약속의 기업은 단순히 육의 약식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이 기업은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예표하는 씨(seed)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오미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기업이었다. 

룻기는 모든 소망이 끊어진 나오미에게 전혀 새로운 삶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호와의 계획을 암시하고 있다. 즉 보아스의 등장이 그것이다.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의 친족 중 유력한 자가 있으니 이름은 보아스더라”(룻 2:1)는 기사는 나오미의 기업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예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보아스의 등장은 나오미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였다.

이것은 룻기의 주인공이 나오미라는 점을 가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룻기는 시어머니 나오미를 극진하게 공양하는 룻이 유력한 사람 보아스를 만나 행복하게 그 생을 살았다는 전형적인 스토리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룻기의 배경이 사사 시대였으며 나오미가 약속의 땅을 떠나 철저하게 망한 상태에서 자부인 룻을 동반하고 약속의 땅으로 다시 돌아와 어떻게 그 위치가 회복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룻기의 주인공은 나오미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약속의 땅에서 누렸던 기업을 되찾고 유다 지파의 족보가 엘리멜렉에게서 끊어지지 않고 보아스의 계대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룻기가 단순히 한 가족사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나오미의 회복으로 상징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회복이 유다 지파에서 탄생한 한 인물, 즉 다윗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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