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소금

 

                             김종욱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가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죽음인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증오인가

무엇이 빛이고 무엇이 어둠인가

 

알 수 없다

알 수 없을뿐더러

나눌 수도 없다

 

모든 것은 커다란 심연의 덩어리다

사람은 오직 한 부분만 감각할 뿐이다

 

내가 소금 되어 녹아진 곳에

깊은 바닷속의 빛이 있다

깊은 우주 속의 별빛이 있다

 

자아의 틀을 깨뜨리면

마치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오지만

그 십자가 속에

선도 악도

삶도 죽음도

사랑도 증오도

빛도 어둠도

끌어안을 수 있는

심연의 빈 마음이 있다

 

강렬한 빛이 괴롭다면

그 고통의 어둠 속에

소금처럼 나를 녹여

바다가 되어야 한다

 

깊은 바닷속에 나를 녹일 때

해수면의 포말은

소금 알갱이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래서 빛과 어둠은

내가 깨어질 때

하나의 별이 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너를 위해서

삶, 사랑과 죽음

심연, 빛과 어둠

 

아, 언어의 정의는 거짓이고

진리를 말로 하려 함은

시를 쓰는 이의 어리숙함이구나

 

사랑으로 살아낼 수밖에

죽음으로 살아낼 수밖에

빛과 어둠이 혼재한

바다 같은 우주의

심연 속에서

소금처럼

녹아내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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