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심 3 


떨어지라고 
떨어져 으깨지라고 
밤새 비바람 불어대도 
가지 끝마다 애기 주먹만 한 
푸릇푸릇한 감 알맹이들 
가을 바라보며 매달려 있사온데 

어쩌다 떨어진 목숨 아닐진대 
팔뚝 모아진 힘줄 끊어지도록 
몸 한번 바쳤으면 

어쩌다 던져진 풀씨 아닐진대 
양지바른 수풀 속 끼어 
못생긴 얼굴에 이슬 한번 얹었으면 

냄새 다른 계절 보내시고 
깊이 다른 마음 보내시어 
풀뿌리 덮게 하시옵고 
줄기 물 오르내리도록 하시옵는데 

가을 하는 문턱서 엎어지지 않도록 
흔들리는 걸음 새 힘 주시리라 
당신 지팡이 놓치지 않게 
여름 비에도 떨어지지 않는 감 알맹이처럼 
은혜 손길 놓치지 않게 
꼭 손목 부여잡고 오늘도 가시리라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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