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드레스의 피아니스트
김종욱
비 오는 밤의 어둠은 검은 그랜드 피아노의 몸체같이 매끈하고 윤이 났다 여인의 몸매와 같은 아름다운 곡선
불 꺼진 창문으로 매혹적인 자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오는 소리는 반짝이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소리였다
창밖으로 지나는 불빛은 한 음 한 음 맑게 울렸고 어둔 풍경 속 가끔씩 반짝거리는 사물들은 빗소리인지 별빛인지 알 수 없었다
빗물 흐르는 창을 사이에 두어도 어둠은 하나가 되고 나도 어둠이었다 은하수가 흘렀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도록 그대로 흘러가고 싶었는데
모든 어둠이 음악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는데 나는 어떤 아름다움에 홀려 제자리였다 그게 나였다 문득 |
김종욱
elim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