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나에게 좋은 친구와 같은 꽃”

서양화가 백지희 작가의 개인전이 경기도 안산시의회 내 <풀뿔리 갤러리>에서 8월 21일 부터 3주간 열리고 있다.

기독교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그려진 그녀의 작품들은 ‘기다림’ 이나 ‘주님의 신부’ 등을 주제로 소개된 바 있다. 백지희 작가는 기독교 미술 작가로 점점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백 작가가 즐기는 주제 중 또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 ‘추억’ ‘동심’ 같이 밝은 내용들이다.

이번에 열리고 있는 작품전의 주제는 ‘행복한 해바라기’이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 '기다림' '그리움' 이다. 그 외에도 ‘해바라기’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해맑은 웃음’ ‘환함’ ‘행복’ 등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백지희 작가에게 ‘해바라기’는 어떤 의미일까? 먼저 백 작가가 이번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시를 보면 다음처럼 말하고 있다.

 

행복한 해바라기

                                         백지희

무더운 어느 여름날, 동그란 얼굴 환한 미소로 나와 만났다.

아침과 저녁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던 언덕.

밭머리 지키며 큰 잎사귀 손 흔들어 반겨주던 너.

네가 만들어주는 작은 그늘에서 뛰어다니는 여치를 잡고

작은 들꽃을 뜯는 나를 바라봐 주었지.

해질녘 함께 바라보는 오렌지색 하늘은 다음날을 설레게 했어.

시원한 바람 불어오자 당당하고 어여쁜 얼굴은 고개숙이고 고왔던 꽃잎도...

다시 고운 얼굴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말라서 볼품없어진 얼굴에 작은 해바라기 씨들이 와글와글.

다음해 여름 또 너를 만나기 위해 긴 겨울을 따뜻한 기대로 이겨낸다.

 

백지희 작가는 “나에게 해바라기는 좋은 친구와 같은 꽃과 같아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는 내내 옛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 듯 행복하고 설레는 작업이었지요. 나의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도 이 행복이 흘러가기를 기대하며 개인전을 준비 했어요”라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백지희 작가의 이번 ‘해바라기’ 작품전도 일반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느낌을 주지만, 기독교적인 미술관이 그림 속에 녹아있음을 살필 수 있다.

아래 소개되는 그림을 보면 ‘해바라기’를 통해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는 성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바라기가 오직 하늘의 태양을 향한 것처럼, 성도는 오직 주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그림을 보면 해바라기가 오른쪽 중간 지점에 있는 어렴풋한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바라기의 배경은 마치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캄캄한 밤하늘, 별들이 가득한 멀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작품 속 해바라기의 모습이 특이하지 않은가? 보통 해바라기는 밤에는 고개를 숙이고 지는 것이 맞지만, 이 해바라기는 어두운 밤하늘에 더욱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두운 밤과 같은 이 시대에서도 십자가의 주님을 향한 성도의 강한 그리움을 볼 수 있다. 해바라기와 십자가 중간에는 수많은 해바라기 물결이 있다. 그 해바라기들은 앞서 십자가의 주님을 향해 바라 본 신앙의 선진들과 같기도 하고, 수많은 여름과 겨울이 지나 사라져간 해바라기들처럼 오랜 시간의 흐름을 말해 주기도 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해바라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특징을 더욱 부각시킨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해바라기는 보통 성인들의 키 보다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나올 수 없는 구도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의 시선은 하늘에서 땅의 해바라기를 보는 구도이다.

마치 주님이 하늘에서 이 땅을 내려다보면서 ‘해바라기 얼굴’ 하나하나를 살피는 듯 한 모습이다. 물론 ‘하늘에서 내려본다’는 개념이 반드시 공간적인 하늘을 다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하늘에서 우리를 보신다는 것이 우리들의 보편적인 믿음이다.

해바라기의 얼굴들이 다 다르다. 어떤 해바라기는 더 주님을 갈망했던지 더 짙게 물들어 있는가 하면, 어떤 해바라기는 아직 푸른빛이 맴돈다. 하늘의 태양과 같으신 주님이 마치 당신만 향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지금도 내려보시는 주님의 시야를 볼 수 있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백 작가가 밝힌 어린 시절의 좋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 뿐 만 아니라, 주님을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언제나 녹아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백지희 작가의 작품전에 가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동심도 회상하고 더불어 주님을 향한 작가의 그리움의 마음도 돌아보고 오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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