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김종욱

 

비는 내리고

나는 교회 밖에서 젖고 있었지

끝없는 탑을 오르는 중이었고

탑의 꼭대기에선 예쁜 종이 흔들리고 있었어

 

예쁜 종은 고개 숙인 꽃

빗방울들은 찰랑찰랑 종을 때리고

종은 여러 번 엷게 울렸지만

너는 끝없는 탑을 오르기만 하고 있었지

 

끝없이 끝없이

엷은 종소리는 비에 젖고

비에 젖은 꽃잎들은 울었어

모두 다 모조품인 걸

예쁜 종에 달린 금속 꽃 장식들은

 

나는 왜 그 장면만이 아름다웠을까

모조된 꽃들이 빗속에서 은은히 우는 소리가

멀리멀리 물결치는

 

영원한 비가 내리면

내가 탑 꼭대기에 닿을 수 없어도

엷게 우는 꽃향기가 있었어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