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프리마로 그린 여배우

 

                                       김종욱

 

케이트 블란쳇이 화장을 하는

여자의 아이러니에 대하여

담배를 피우며 담담히

독백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에 흐려지며 그녀의 얼굴이

여러 모습으로 변해갔다

 

겨울이 된 담배 연기의 형상에는

나카야마 미호의 차가운 슬픔이 어렸다

하얀 미소, 설국을 부르는 메아리

얼음 같은 목소리

잘 지내고 있니?

 

그러나 나는 파묻혀야 했다

조난당해야 했다

너의 겨울 속에서 영원히

 

붉은 제라늄이 터지는 마음의

꽃봉오리는

짙게 화장한 아이쉬와라의 이마에

인디로 찍혔다

그것이 나의 청원이었다

 

민희는 아가씨로서의 인생을 망치며

구원을 받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녀의 밤에서 루피타 뇽의 매혹적인

검은 파도의 하얀 이가 드러나는 미소를

사랑했다 미워했다

짙은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는 검은 매혹을

그 매끄러운 탄력을

 

담배 연기가 흩어졌다

 

케이트 블란쳇이 거기 없었다

누가 이야기하고 있었을까

 

검은 미소의 아름다운 하얀 이만 보였다

나는 오랫동안 노예로 살아야 했다

 

구름 저 편에서 소피 마르소의 나신만이

빛을 받고 둥실 뜨는 하늘 같았다

경계하는 눈빛의 아름다운 아이러니는

꽃으로 날 슬프게 해

 

이렌느, 수녀가 된 꽃

당신의 푸른 침실에서

모든 꽃잎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우리의 욕망이 꺾이지 않길

빌고 또 빌었어

 

 

<편집자 주> (알라) 프리마 묘법 alla prima이란? 이탈리아어로 ‘단번에’ ‘일시에’라는 뜻이다.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림물감을 몇 겹이나 쌓아가는 투명다층(透明多層)의 글라시*, 불투명 다층의 파트 기법에 대하여, 밑그림 없이 그림 물감의 단일한 칠로써 그리는 기법이다. 바탕칠의 순수성을 잘 유지하고, 그림물감 층의 상하의 상호 반발이 없으며 표면의 균열이나 변화가 적다. 오래 전부터 다층묘법(多層描法)과 나란히 행해졌으며 루벤스Pieter Paul Rubens(1577~1640), 앵그르Jean-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의 작품에 이 기법이 쓰이고 있다. [월간미술 http://monthly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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