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록 볼리비아 선교사가 보내오는 편지

원종록 선교사는 2016년부터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어린이를 섬기는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Bolivia Montero 소재, 약 150명 출석). 미주장로교 신학대학교를 마치고 해외한인장로회총회(통합) 서중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하늘에서 온 남자』(2014), 『힐링 소마』(2015) 등이 있다. -미국지사장 김수경 목사-

 

"내가 가령 주려도 네게 이르지 않을 것은 세계와 거기 충만한 것이 내 것임이로다" (시편 50:12)

오늘은 엄마 성경공부가 있는 날이다. 교사 3명과 작은 버스를 타고 한시간여 교회로 향한다. 성경켐프와 소풍으로 인해 지난 두 주는 건너 뛰었다. 교회에 부임하여 한명도 출석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 두 달을 목요일만 되면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 교회로 갔다. 또 엄마 참여를 위해 가가호호 전도 발품을 판 결과, 불과 두달만에 40여명의 엄마가 참여하고 있다. 오로지 성령님의 공로이다. 또 하나 낚시밥을 열심히 뿌린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성과는 불과 두달 전 한명도 출석치 않던 엄마들이 자청해 성경켐프 3일간 200명분 9끼를 조리해 어린이들을 정성스럽게 먹였다는 사실이다. 캠프 기간동안 하루 세끼를 먹이겠다고 하자 모두 '불가능 합니다'였고, 목사 입에서는 '할 수 있어'였다. 그렇다. 그 시골에서 취사장도 없는 낡은 교회에서 200명분 조리는 쉽지 않다. 그러나 주님이 누구신가? 엄마들에게 감동을 주어 큰 문제를 풀어 주셨다. 믿음이 없는 그들이 낚시밥으로 던진 선물 때문에 출석했지만, 목사의 정성과 예수님의 손에 의해 마음에 감동의 파도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시편에서 "내가 가령 주려도 네게 이르지 않을 것은 세계와 거기 충만한 것이 내 것임이로다 (50:12)" 고 다윗에게 격려해 주신 주님의 말씀을 떠 올렸다. 어떤이는 엄마에게 주는 선물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래서 무엇이 선을 이루는 선물인가 묵상해 보았다.

첫째 선물은 마음을 연결하는 가교이다. 치약, 케첩, 퐁퐁, 컵, 스카프 등 비록 값은 1불 정도지만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받아들고 그들은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 모습은 누구나 예외가 아니다. 목회도 복음을 위해 물질을 나누는 것을 주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가끔은 주님께로 향하는 교량이 되어 주기도 한다.

둘째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담아야 한다. 아무리 비싼 선물이라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며 '난 실용적인 사람이야' 하는 것과 같다. 매번 수십 개의 선물을 포장할 때마다 힘겹지만 내 마음을 그 선물에 함께 묶으며 내가 수정처럼 닦여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받는 그들보다 주는 내가 더 행복하고 기쁘다.

셋째 옥합을 깨는 마음으로 최선을 보여야 한다. 엄마들에게 비싼 금반지를 안기면 좋아하겠지만, 고마운 마음이 오래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형편에 맞는 분량으로 최선을 다한 것에 더 의미가 있다.

지난번 딸(수미)이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40년 모았던 악세사리를 모두 정리해 아빠 사역에 쓰라고 가져 왔다. 그래 성경캠프에서 밥하느라 수고한 엄마들에게 선물했다. 10-20불짜리 중고이지만, 그것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모습에 딸의 얼굴이 겹쳐졌다. 선물은 가격에 상관없이 마리아가 옥합을 깨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나눠야 한다. 주님도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마6:21)라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과일을 담는 바구니를 수십 개 가져간다. 함께 가는 신학생이 로마서 4장을 강의하고 매월 가계 수입과 지출을 쓰도록 양식을 나눠 주었는데 오늘 6월 것을 점검하고 잘 기록한 엄마에겐 상을 줄 것이다. 또 하나 '아리랑'을 엄마들이 배우는 날이다. 주일날 그룹별 발표 때 '아리랑'으로 찬양을 올리려 한다. 모두의 기대가 하나님 앞에 선물이 되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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