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남성들은 - `가방끈`의 길이와 관계 없이 - 페니스의 크기가 남성적 매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여기며, 은근히 자신의 크기를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는 진리는 남성의 매력에도 적용되는 진리인 것 같다. 미 학술원회보(PNAS)에 새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페니스의 사이즈는 남성의 매력에 기여하는 복수(複數)의 요인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고 하니 말이다. 연구진의 말에 의하면, "남성의 신장, 어깨 넓이, 페니스 사이즈가 모두 여성의 호감을 얻는 데 동등하게 기여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이메일함을 열어 보면, 성형외과 의원과 정체불명의 약장사들로부터 날아온 메일이 그득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클수록 좋다"는 말로 남성들을 유혹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들은 엇갈리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여성들은 길이가 긴 페니스를 선호한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연구자들은 "여성들은 굵은 페니스를 선호한다"고 하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사이즈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1966년 성애(sexuality) 연구자인 윌리엄 마스터스와 버지니아 존슨은 "대부분의 여성에게 남성의 페니스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주장하여 사이즈 논쟁에 불을 붙인 바 있다.)

 하지만 지금껏 여성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대부분의 연구들은 ① "몇 cm가 적당합니까?"라고 그저 말(言)로만 물어보거나, ② 남성의 용모(예: 얼굴, 키, 어깨 넓이 등)는 고려하지 않고, 페니스 사이즈 한 가지에 대해서만 매력을 평가해 달라고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어,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남성의 페니스는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신체의 일부분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호주 액톤 국립대학의 브라이언 마우츠 박사(생물학, 현재 캐나다 오타와 대학 재직 중)가 이끄는 연구진은 "페니스와 다른 신체부분의 상호작용이 남성의 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에 연구진은 남성의 신체 부위(신장, 어깨 넓이, 페니스 사이즈)를 각각 독립적으로 변화(확대 또는 축소)시켜 결합한 컴퓨터 이미지들을 개발했다. (신장, 어깨 넓이, 페니스 사이즈는 지금껏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남성의 3大 매력 포인트로 지목받아 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탄생한 53개의 상이한 나체 이미지들을 인체와 비슷한 크기로 확대하여 105명의 이성애자(heterosexual)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그 이미지들의 남성적 매력(섹스 파트너로서의 적합성)을 1점에서 7점 사이의 점수로 평가하게 했다.

여성들의 평가 결과를 종합한 결과, 페니스 사이즈는 여성이 느끼는 남성적 매력과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단서가 설명되어야 하는데, 첫째로 페니스 사이즈와 남성적 매력 간의 관계는 선형(linear) 관계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페니스 사이즈가 증가할수록 남성적 매력도 일관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페니스 사이즈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오히려 매력이 감소하면서, 그래프가 역포물선(∩)을 그리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구체적으로 남성에 대한 여성의 호감은 페니스 길이가 7.6cm(이완된 상태 기준)에 이를 때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둔화되기 시작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나타냈으며, 이러한 경향은 신장과 어깨 넓이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로, 페니스 사이즈는 남성의 유일한 매력포인트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다른 매력 포인트와 상호작용하며, 다른 매력포인트가 갖추어져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작고 땅달막한 체형의 남성은 웬만큼 페니스가 크더라도 별 매력을 끌지 못했지만,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남성은 페니스 사이즈가 좀 작더라도 후한 점수를 받았으며, 이 상태에서 페니스 사이즈가 약간만 증가해도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컨대, 신장 185cm의 남성은 페니스가 7cm만 되어도 평균 수준의 점수를 받았지만, 키가 170cm인 남성이 이와 똑같은 점수를 받으려면 페니스가 11cm는 되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성의 페니스 1cm가 갖는 한계효용은 키 작고 왜소한 남성의 페니스 2cm가 갖는 한계효용과 맞먹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빅사이즈의 페니스가 여성들의 환영을 받으려면, 먼저 다른 매력포인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제2, 제3의 매력포인트가 없으면 세계 최고의 빅사이즈 페니스를 가져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동물 수컷의 외부 생식기는 신속하게 진화되어 왔다. 그것은 다른 물리적 특징보다 일찍 다양화되어, 동물계(animal kingdom) 전체에 거쳐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는데, 특히 인간의 경우 다른 영장류들보다 길고 굵은 페니스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하나의 종(種)에 가해진 진화적 압력(evolutionary pressures)이 체형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소재로, 생물학자들이 "인간의 페니스를 그렇게 장대(長大)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라고 궁금하게 생각해 온 것은 당연하다. 이번 연구는 약간의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여성의 선호(preferences)가 남성의 진화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여, 모든 영장류 중에서 가장 큰 페니스를 탄생시켰다"는 가설을 기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남성 성기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이 인간의 페니스 사이즈에 미친 영향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마우츠 박사도 이 점을 인정하며, "사실, 인간이 옷을 입지 않고 생활하던 원시시대에, 외부에 돌출한 남성의 페니스가 여성 파트너의 눈길을 끌고, 이것이 배우자 선택의 (중요한) 한 가지 기준으로 작용했으리라고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데이터로부터 많은 것을 외삽(extrapolation)하기는 어렵다. 흩어진 여러 개의 점을 연결하려면 보다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질랜드 빅토리아 대학의 앨런 딕슨 박사(영장류학)는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권(특히 평소에 옷을 입지 않고 지내는 원시 토착민)에 속한 여성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의 성적 선호도가 번식 성공(reproductive success)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파트너를 고를 때 큰 페니스를 가진 남성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낳은 자손들이 그 남성의 유전자를 보유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코스타리카 대학의 윌리엄 에버하드 박사(진화생물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공식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주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배우자 간의 성적 트러블을 치료하는 약물 및 상담기법 개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대학의 지오프리 밀러 박사(진화심리학)는 말했다.

※ 원문: Mautz, B. S., Wong, B. B. M., Peters, R. A. & Jennions, M. D., "Penis size interacts with body shape and height to influence male attractiveness", PNAS,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219361110 (2013).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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