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록 볼리비아 선교사가 보내오는 편지

원종록 선교사는 2016년부터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어린이를 섬기는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Bolivia Montero 소재, 약 150명 출석). 미주장로교 신학대학교를 마치고 해외한인장로회총회(통합) 서중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하늘에서 온 남자』(2014), 『힐링 소마』(2015) 등이 있다. <편집자 주>

발바닥 통증이 쉬이 가시지 않아 치료를 하며 걷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 처방도 있고 실제 걸으면 통증이 심해 노방전도는 쉬기로 했다. 어찌보면 강제된 휴식인데 선교지에 와서 처음 전도를 나가지 못하고 쉬려니 마치 전쟁터에서 휴가를 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하루를 푹 쉬며 지난 시간 허겁지겁 달려온 날들의 일상을 떠 올리며 점검을 하는 유익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 마치 프로 바둑기사가 판이 끝나고 복귀를 하는 것처럼 한수 한수를 검토해 보니 착점을 잘한 것도 많으나 호구에 놓아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주님은 아파하는 목사를 위해 두개의 기적을 예비해 두셨다. 3일간 병원을 다녔다. 치료비가 100불 정도 나왔다. 마지막 치료가 끝나고 돈을 건네려는 내게 청년의사는 '목사님 치료비는 하나님께서 선물해 주셔서 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며 극구 사양한다. 자기 동족을 위해 이국에 와서 헌신하는 선교사를 섬기고 싶다는 말을 하며 미소짓는 의사의 얼굴이 주님의 인자함으로 비쳤다. 그 청년 의사 손을 잡고 기도하며 눈물을 쏱고 말았다.

다윗이 외친 "여호와께 감사하라 저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18:1)" 주님은 전도를 못가 보채는 나에게 강제로 휴식을 주시며 선교의 방향을 점검해 보도록 하셨다.

첫째, 내가 위치한 곳의 좌표를 보도록 하셨다. 흔히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 하다는 말을 한다. 주님은 우리의 동선을 다 보고 계심을 알았다. '근저 막염'이 와 마음이 상해 '주님 어쪄시려구요' 하는 나에게 '넌 쉼이 필요해'. 그래서 걷지 못하게 발을 아프게 하셨나 생각하니 '발병' 때문에  여러모로 생각하고 나의 사역을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주신 것에 감사한다. 청년의사의 사랑을 통해 볼리비아를 더 잘 섬겨야 겠다고 다짐한다.

둘째, 한 과정을 통과할 때마다 매듭을 묶어 두어야 한다. 대나무가 똑바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시련이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도 시련과 고비를 넘길 때마다 고통 속에서 피워 낸 마디가 있다. 그 마디의 소중함과 교훈을 새기며 전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휴식도 일이다. 일꾼이 쓰러지면 주인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주의 종들이 강건하게 소명을 감당하는 것을 주님은 기뻐하신다. 그러면에서 휴식도 사역의 일부임을 깨우쳤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군은 적으니 (마9:37)" 그렇다. 복음을 전할 일꾼이 병이 나면 손해다. 그러므로 휴식도 사역임을 알고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휴식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어제 또 하나의 기적은 택시에서 일어났다. 병원이 그리 멀지 않아 평소 같으면 휙하니 걸어서 갈텐데 발이 아픈 덕에 택시를 타는 호사를 누렸다. 목적지에 가서 요금을 물었다. 청년 택시기사가 '안 내셔도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난 강제로 돈을 내밀었다. 그는 다시주며 '그냥 모시고 싶었습니다' 한다. 도대체 이사람들이 오늘 '왜 이러지?' 어리둥절 내리자 택시는 왕~ 하고 달려갔다.

귀납적 추론을 해보면 어제 모든 사건을 주님이 기획하고 연출하셨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지출할 돈도 주님 것인데 선교비가 달랑거릴까 보아 주님이 애쓰신 흔적 때문에 눈물이 주르륵 나고 코가 시큰거리지만 참으로 보람있고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샬롬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