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받은 추석선물

김홍철

지하철에 가방을 든 한 아저씨가 승차하더니 승객들을 향해 우렁차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십시요. 저는 고향에 선물을 사고 부모님께 드릴 용돈이 없어 이렇게 나왔습니다....
꼭 이 물건 하나씩만 사주십시요.

잘 보세요. 플라스틱 머리에 솔이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칫솔 입니다.
이걸 뭐 할라고 가지고 나왔을까요?
......맞습니다. 팔려고 나왔습니다.
얼마일까요?...... 천원입니다.
뒷면 돌려 보겠습니다.
영어가 써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이게 무슨 뜻일까요?
수출했다는 겁니다.
수출이 잘 됐을까요, 안됐을까요?
망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께 하나씩 돌려보겠습니다."

아저씨는 칫솔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황당해진 사람들은 웃지도 못했다.
칫솔을 다 돌린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

"자, 여러분, 여기서 제가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

"자 여러분, 칫솔 네 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칫솔 4개 팔아서 4천원 벌었습니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안했을까요?

예, 실! 망! 했습니다.
제가 여기서 포기할까요, 안할까요?

절대 안 합니다.
바로 다음 칸이 있기 때문이죠!"

아저씨는 가방을 들고 유유히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웃음으로 거의 뒤집어졌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망설이며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던 1000원짜리 지폐를 꺼내서 달려갔다.

여러분 모두 돈이 없고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고향에 못가더라도
행복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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