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4차원 국수말이 메커니즘

(바이오 뉴스) DNA 문자 네 개 추가 → 생명의 알파벳 두 배로 증가!

▶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DNA는 그 정보를 겨우 네 개의 천연 화합물 - 구아닌(G), 시토신(C), 아데닌(A), 티민(T)에 저장한다.

이제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빌딩블록 가짓수를 두 배로 늘려, 사상 최초로 '여덟 개의 문자로 구성된 유전언어(eight-letter genetic language)'를 합성했다. 새로운 합성언어는 천연 DNA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저장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2일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플로리다 주 앨라추아 소재 응용분자진화재단(Foundation for Applied Molecular Evolution)의 스티븐 베너가 이끄는 연구자 컨소시엄은 "확장된 유전자 알파벳(expanded genetic alphabet)이 이론적으로 생명체의 지주(支柱)가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것은 진정한 랜드마크다. 이번 연구는, 지구상에서 진화한 네 개의 화합물에 특별한 '마법적 요소'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스크립스 연구소의 플로이드 롬스버그(화학생물학)는 말했다. "그것은 개념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한 쌍의 DNA 가닥이 서로 꼬여 이중나선(double helix) 형성할 때, 각각의 가닥을 구성하는 화합물들이 결합하여 A-T쌍과 C-G쌍을 형성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유전자코드에 이러한 화합물쌍(염기쌍)을 추가하려고 노력해 왔다. 예컨대, 베너는 1980년대에 세계 최초로 비천연 염기(unnatural base)를 창조했다. 다른 연구팀들도 뒤를 이었고, 2014년 롬스버그의 연구실에서는 살아있는 세포에 한 쌍의 비천연 염기를 삽입함으로써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추가된 비천연 염기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결합하며, 그들이 형성하는 이중나선이 구조를 유지한다"고 체계적으로 증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다양한 미국 업체와 연구소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베너의 연구팀은, 천연 염기의 분자구조를 조작함으로써 합성 문자를 창조했다. DNA의 문자들이 짝을 이루는 것은 수소결합을 하기 때문인데, 수소결합은 각각의 결합에 포함된 수소원자가 (파트너가 보유한) 질소나 산소 원자에 이끌림으로써 형성된다. "그것은 흡사 (요철의 아귀가 맞으면 딱 소리를 내며 합체되는) 레고 블럭과 같다"라고 베너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요철(凹凸)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여러 개의 새로운 염기쌍을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S-B쌍과 P-Z쌍이 포함되어 있다(참고 2). 이번 논문에서, 그들은 네 개의 합성염기가 천연염기와 결합하는 과정을 기술했다. 그 결과 탄생한 8문자 언어는, '8(はち)'과 '문자(もじ)'를 의미하는 일본어를 조합하여 하치모지(hachimoji)라고 명명되었다. 추가된 염기들은 천연 염기 중 하나와 형태가 비슷하지만, 결합패턴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 합성된 시퀀스들이 천연 DNA와 (생명체의 버팀목이 되는) 속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 정보저장 시스템

DNA가 정보저장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법칙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합성염기들이 천연염기들과 마찬가지로 신뢰할 만한 쌍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다. 그들은 수백 개의 합성 DNA 분자들을 창조하여, 각각의 문자들이 파트너들과 예측가능하게 결합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합성 염기가 어떤 순서로 되어있든 이중나선의 구조가 안정적임을 증명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생명체가 진화하려면 DNA 시퀀스가 변해도 전체적인 구조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엑스선 회전(X-ray diffraction)을 이용하여, 연구팀은 세 개의 상이한 합성 DNA 시퀀스가 결정화 되었을 때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상당한 진보다"라고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MRC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의 필립 홀리저(합성생물학)는 말했다. "왜냐하면 다른 유전자 알파벳 확장방법은 구조적으로 그다지 견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접근방법들은 수소결합을 이용하여 짝을 이루는 대신, 소수성 분자(water-repelling molecule)를 염기로 이용한다. 이런 분자들은 천연문자들 사이에 띄엄띄엄 위치할 수 있지만, 일렬로 배치하면 DNA의 구조가 무너진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합성 DNA 구조가 RNA로 충실히 전사(轉寫)될 수 있음을 보였다. "정보저장 능력은 진화에 별로 흥미가 없다. 저장된 정보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분자'로 이전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베너는 말했다.

DNA가 RNA로 전환되는 것은 유전정보를 (생명의 견인차인) 단백질로 번역하기 위한 핵심적인 단계다. 그러나 앱타머(aptamer)로 알려진 일부 RNA 시퀀스의 경우, 특이적인 분자에 결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특정한 앱타머를 코딩하는 합성 DNA를 창조한 다음, 전사된 RNA 시퀀스가 제대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흥미로운 출발점이다. 그러나 진정한 8문자 유전시스템(eight-letter genetic system)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홀리저는 말했다. "예컨대 한 가지 핵심적 의문은 '합성 DNA가 폴리머레이스(polymerase: 세포분열 도중에 DNA를 합성하는 효소)에 의해 복제될 수 있는가?'이다. 다른 방법(예컨대, 소수성 염기를 사용하는 롬스버그의 방법)의 경우, 이것이 증명된 바 있다."

2. 생명의 다양성

"우리가 아는 네 개의 구조와 다른 구조를 가진 DNA 염기가 생명체를 지탱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라고 베너는 말했다. "이는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생명의 서명(signatures of life)을 찾는 데 적절할 수 있다."

DNA에 문자를 추가하는 것은, 좀 더 현실적인 곳에 응용될 수도 있다.

유전적 빌딩블록이 더욱 다양하다면, 과학자들은 표준적인 네 문자보다 성능이 우수한 RNA나 DNA 시퀀스를 만들 수 있다. 그중에는 유전적 저장소(genetic storage)를 넘어서는 기능이 포함된다.

예컨대, 베너 팀은 선행연구에서 "Z와 P를 포함하는 DNA 가닥이 네 개의 표준염기만 보유한 시퀀스보다 암세포에 더 잘 결합한다"고 보고했다(참고 3). 그리고 베너는 의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합성 DNA를 상업화하기 위해 바이오텍 업체를 설립했다.

연구자들은 합성 DNA를 이용하여 RNA뿐만 아니라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 수도 있다. 베너 팀은 새로운 염기쌍을 추가로 개발하여, 10~12개의 문자를 포함하는 DNA 구조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그들이 유전 알파벳을 여덟 개로 확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다. 그것은 이미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두 배로 늘렸다"라고 롬스버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oshika, S. et al. Science 363, 884-887 (2019); https://doi.org/10.1126%2Fscience.aat0971
2. Georgiadis, M. M. et al. J. Am. Chem. Soc. 137, 6947–6955 (2015); https://doi.org/10.1021%2Fjacs.5b03482
3. Zhang, L. et al. J. Am. Chem. Soc. 137, 6734–6737 (2015); https://doi.org/10.1021%2Fjacs.5b02251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0650-8

【동영상】 스스로 접히고 펼쳐지는 DNA의 모습을 4차원으로 추적

연구자들은 인간의 유전체를 4D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즉, 3D 차원인 DNA 가닥의 위치를 시간경과에 따라 추적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우리의 염색체는 늘 '작은 X자들'처럼 정갈한 외관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우리의 유전물질은 많은 시간을 스파게티 덩어리에 가까운 상태로 지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스파게티 상태에서도 유전자들은 의도적으로 더욱 움직이거나 가까워져, DNA 고리(loop)를 형성한다. 많은 고리들은 코헤신(cohesin)이라는 단백질에 얽매여 있다. 두 개의 코헤신은 압출기(extruder), 즉 국수 뽑는 기계처럼 작동하며, DNA의 두 지역을 함께 잡아당겨 고리를 만들어낸다.

연구자들은 코헤신을 제거했다가 다시 첨가함으로써, 특정한 DNA 고리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코헤신은 동일한 염색체 상에 있는 유전자들을 접촉시키는 고리에만 영향을 미친다. 그에 반해, 다른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을 한데 모으는 두 번째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고리의 변화무쌍한 풍경은 세포로 하여금 '활성화될 유전자'를 신속히 변경하게 해준다. 두 번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유전질환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세포핵들은 하나같이, 46개의 염색체에 둘둘 말려 있는 2미터짜리 DNA로 꽉 차 있다. 마치 스파게티 범벅처럼 말이다. 이 국수말이들은 세포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늘 움직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유전자들을 접촉시킴으로써 함께 작동하도록 만든다.

이제 연구자들은 이 같은 'DNA 댄스'를 20분 간격으로 가시화(可視化)하여, 4D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4D란 ‘3D 구조가 시간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했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연구자들은 하나의 단백질이 이러한 움직임을 총지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 단백질의 이름은 코헤신(cohesin)이다.

연구자들은 코헤신을 제거했다가 다시 첨가함으로써, 특정 DNA 고리(loop)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이번 달 《Cell》에 발표했다(참고 http://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7)31057-7).

그러나 아쉽게도, 코헤신은 동일한 염색체 상에 있는 유전자들을 접촉시키는 고리에만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두 번째 과정, 즉 상이한 염색체 상에 있는 유전자들을 접촉시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DNA 고리의 이처럼 가변적인 풍경은, 활성화될 유전자를 신속히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메커니즘과 두 번째 메커니즘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유전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가 한층 개선될 것이다.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0/watch-human-genome-fold-itself-four-dimensions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