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필연

 

                             김종욱

 

그대는 사랑했는가

당신만의 「부셰, 퐁파두르」를

나는 루이 15세보다도

깊은 사랑에 빠졌었네

 

그대는 슬퍼했는가

저녁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가

카오스의 검은 파도 속으로 흩어질 때

 

그래서 절망했는가

나의 식탁에 가득히 새긴

로코코 양식의 코스모스 문양들이

의미를 잃고 남겨졌기에

 

그대는 음미할 수 있는가

그 빈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꿈을 꾸지 않는 꿈

힘을 가지지 않는 힘

행복을 포기한 자의 행복

누룩이 없는 빵과 포도주를

 

사랑은 허무함과의 싸움이며

진실은 가장 어두운 곳에 숨어있어서

빛은 그 심연 속에서

죽지 않는 새처럼

날개를 푸드덕거리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가시가 많은 꽃을

사랑했었네

그러나 왜 착각이 없는 아름다움은

없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네

Madame de Pompadour, 퐁파두르 부인, François Boucher, 1758

☞편집자 주 : 루이 15세의 사랑을 독차지한 잔느 앙투아네트 푸아송이라는 이름의 퐁파두르 부인은 1745년, 루이 15세에 의해 작위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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