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강하게 기침을 반복하라고?

 최근 영화배우 김주혁의 사망원인과 관련하여 지난 11월1일 종편방송에 출연한 가정의학 전문의 오한진 박사는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강하게 기침을 반복하라'고 했다.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의 응급처치로 심장마사지를 해야 하는데, 혼자일 경우는 강하게 기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내용은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고 있지만 이는 근거 없는 루머라는 주장도 있다.

11월1일자 중앙일보 기사에서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마비 전조증상이 나타나거나 심장마비가 발생한 환자를 발견하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갈수 있도록 119구조대를 불러야한다"고 말했다.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 오면 기침 반복하다가 시간낭비하면 오히려 큰일 난다는 것이다. 대한심장학회장 노태호 교수(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마비가 오면 기침을 하라는 내용은 국내에 떠돌기 전부터 미국에서 돌아다니던 루머"라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에서도 혼자 있을 때 기침을 하느라 중요한 시간을 놓치지 말고 반드시 주위에 도움을 청해 병원으로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전체를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이다. 극심한 통증이 20~30분씩 지속하고 등·팔·턱까지 방사되면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호흡곤란·식은땀·구역질까지 있으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주변에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119에 구조를 요청하고, 심장마사지·인공호흡 같은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심근경색으로 심정지가 생기면 4~5분 내로 심폐소생술을 해야 뇌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을 줄이고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심장 마비를 일으키는 급성 심근경색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능하면 움직이지 말고 119를 불러 응급실로 바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영국 연구팀이 최근 밝힌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당뇨 환자일수록 심장마비나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모든 질병이 꼭 환자가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특발성이니 일차성이니 본태성이니하는 접두어가 괜히 붙는게 아닌 것도 그 이유다. 심근경색이 잘 걸리는 유전인자도 있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역시 가족력이 있는 유전 질환의 일종으로 본다. 

유전적 요인 같은 생득적인 요인에 의한 질병이나 우발적이고도 예외적으로 발생한 질병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성인병은 본인의 건강 관리에 따라 그 발생 확률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섭취하는 영양성분을 잘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만 해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은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병리 현상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평소 건강에 유의하여 올바로 관리하고 사는 것이 본인이나 본인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일일 것이다.

뇌혈관질환도 그렇지만,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연령대 불문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최소한의 수면 시간, 그리고 수면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 모두를 충족하는 현대인이 잘 없겠지만 가능한 것은 꼭 채워주려고 노력하자. 이것은 피트니스 클럽이나 건강기능식품같은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사항이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데에 과학적/통계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는 방법들은 금연, 절주, 운동, 식이 및 수면 관리 등이다. 이 방법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실행 방법이나 그에 따른 효과가 충분히 알려져있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으며, 일상생활에서 쉽게 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통계적으로도 근거가 불충분하며, 비싸고, 때때로 위험하기까지 하는 방법들을 버리고, 오늘부터 바로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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